어두운 것이 있으니 밝은 것도 있는 거겠죠
약국을 하다 보면
저를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
이상하게 몰려서 오는 날이 있습니다.
겨우 애써 화를 참고 나서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또 다른 사람의 화살이 날아옵니다.
그런 날에는
마음 한구석에 뜨겁게 달궈진 숯이
하나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하지만
속에서는 자꾸 무언가가 타들어 갑니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정반대의 날이 있습니다.
저를 기분 좋게 해주는 손님들이
연달아 찾아오는 날입니다.
제철 과일을 맛보라며 건네주는 단골 손님,
직접 뜬 손뜨개 장식품을
“약국에 두면 예쁠 것 같아서요” 하고 주고 가시는 손님,
제 안부를 묻고
제 행복을 빌어주는 분들.
그런 날에는
약국에 오는 사람들이
다 이런 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은 늘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어두운 날이 몰려오기도 하고,
밝은 날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비로소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말로 화살을 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깊이 마음에 남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있다는 것.
이쪽이 좋고 저쪽이 싫다고
너무 강하게 마음을 나누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불친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따뜻한 말이 있다면
날카로운 말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세상은 아마
정반합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제는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화살을 그대로 마음에 꽂아 두기보다는
그저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아, 이런 날도 있구나.”
그리고 따뜻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순간을 오래 붙잡기보다는
그저 마음 깊이 감사하려 합니다.
어둠이 있어 빛을 알 수 있듯이,
이 하루도 그렇게
빛과 그림자를 함께 품은 채
조용히 흘러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