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은 포션 상점
약국에 있다 보면
손님이 없는 조용한 시간이 참 많습니다.
그럴 때면 혼자서
재밌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삶이 꼭 RPG 게임과 닮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각자는 각자 인생의 메인 캐릭터이고
각자의 삶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이겠지요.
캐릭터를 생성하는 데는
대략 10개월이 걸리고,
게임의 로딩 시간은
대략 80년 정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 속 다른 유저들처럼
각자의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약국은 어떤 존재일까요.
약국은 보통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방문합니다.
RPG로 따지자면
캐릭터의 HP나 MP가 떨어졌을 때
잠시 들르는 포션 상점 같은 곳이겠지요.
이런 상상을 하고 나서
약국에 오는 손님들을 바라보니
어떤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지는
세부적으로 알 수 없지만
각자의 퀘스트를 깨기 위해
오늘도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대단한 용사처럼 보였습니다.
약국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이미 상당수의 퀘스트를 완료하신
경험 많은 노장들입니다.
대부분 매달 약을 타러 오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안부를 묻곤 합니다.
그런데
매달 오시던 분이
몇 달째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소식을 물어보면
어떤 분은
삶의 마지막 퀘스트를 앞두고 계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이미 모든 퀘스트를 마치고
후손들의 마음속 별이 되어 계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이 RPG 같은 인생이
생각보다 꽤 진지한 게임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포션 상점의 주인처럼
약국 카운터 뒤에 서 있습니다.
이곳은 거창한 곳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수많은 용사들이
잠깐 들러 숨을 고르고
다시 자신의 퀘스트를 이어가는 곳이니까요.
HP와 MP를 조금 회복하고
각자의 인생이라는 모험을
다시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