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삼킨 하루의 평정심

그래도 좀 나아지기를 바라며

by 도민하

화가 너무 나지만

애써 참아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화가 날 때도 있고,

직장이 아닌 곳에서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유난히

어디서든 화가 나는 시기인가 봅니다.

화를 오래 품고 있으면

머리가 먼저 아파옵니다.

며칠째 두통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


“우황청심원 5천 원짜리 있나요?”


이미 작년 훨씬 전에 단종된 제품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신 듯했습니다.


“그건 이제 없어요.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아, 그렇구나.

그럼 제일 싼 걸로 세 개 주세요.”


세 개를 내어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하나를 바로 뜯어

벌컥벌컥 드시더군요.


“내가 요양보호사인데,

일하러 가기 전에 이거 마셔야지 좀 나아요.

안 그러면 내가 힘들어서 안 돼.”


말은 덤덤했지만

그 안에 하루의 무게가 담겨 있었습니다.


‘좀 나아요.’

그 한 문장이

괜히 오래 남았습니다.


완전히 낫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다는 말.




요즘 저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떠난 뒤

저도 청심원 하나를 꺼냈습니다.


병을 열어

그분처럼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약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요.


머리도, 심장도

아주 조금은 차분해진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완전히 괜찮아지는 날보다

“그래도 좀 낫다”고 말하며

버텨내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청심원 한 병쯤에 기대어

하루를 시작합니다.


완벽한 평정심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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