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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May 13. 2022

고전의 향취를 담아 그대에게 사랑을 고합니다.

영화 <라라랜드> 리뷰

 성공을 향한 집념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파괴하는가에 관한 영화 <위플래쉬>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감독 데미언 샤젤은 메가폰을 쥐고 자신이 원하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성공을 점칠 수 없으며, <위플래쉬>의 흥행 이전까지 그 어느 배급사도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몽상가를 위한 영화를 말이죠. 한가지 요소에 온 열정을 쏟아붇는 사람들과 진실된 사랑이란 무엇일까 질문하게 만드는 영화이자,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하여 만든 영화, 그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할 <라라랜드> 입니다.


 라라랜드의 특징은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연출 방식자동차라는 소품과 인물의 관계 연출, 이별에 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연출 방식

원형 기점 확대를 통한 화면의 전환 예시

 제가 영화 <라라랜드>를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이 영화의 감독이 고전 할리우드에 관한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점입니다. 전반적으로 장면 하나하나의 연출이나 장면끼리의 이음새가 고전 할리우드의 향취를 짙게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페이드인, 페이드아웃을 동시에 진행하며 화면을 전환하는 방식이나, 화면을 원형으로 축소시키다가 다시 원형을 기점으로 확대하며 화면을 전환하는 등의 방식이 있습니다.


고전적 오프닝 장면

 현재에는 특정한 의미를 녹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잘 사용되지 않는 이런 방식의 연출을 영화 전반에 그것도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끔 잘 배치한 이런 선택은 감독이 진정으로 해당 시기 영화에 관한 큰 애정과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면의 전환에만 고전적 연출이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영화를 시작하고 끝낼 때의 방식이나 천문대와 엔딩씬처럼 시퀀스 자체를 무성영화에 가깝게 촬영한 경우도 존재하죠. 2008년 영화 <다크나이트>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이후 할리우드 영화들은 제목을 엔딩씬에 배치하여 파급력을 강화하는 연출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허나 영화의 기본 양식은 초반부 화면 한 가운데에 나타나는 영화의 제목과 마지막 장면에 나타나는 The End 표식이었죠.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지만 고전적 향취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요소였습니다. 천문대와 엔딩씬은 벽에 비친 그림자로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알아채도록 만드는 연출이나, 그를 위해 약간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 등 상당히 고전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허나 이 영화가 단지 노스텔지어적 환상에 사로잡혀 옛것만을 고집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색감은 영화를 본 모든 이가 공감할 정도로 아름답고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나름의 의미와 해석 여지도 주고 있죠. 영화의 주된 색감은 무엇인가 하면 청색과 적색 계열일 것입니다. 청색은 주로 후회, 두려움과 같은 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적색은 주로 열정과 안식의 느낌을 줍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영화의 초반부에는 청색 드레스를 입고 파티장에 가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미아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들 수 있습니다. 해당 장면에서 미아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데요. 해당 장면에서 화장실의 벽면은 붉은 색입니다. 허나 불이 꺼지며 화면은 어둡게 변하고, 미아의 푸른 드레스와 희미해진 벽의 붉은 빛만이 화면에 남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미래와 현재에 자신이 없으며 열정까지 잃을 뻔 한 미아의 불안함과 우울함을 색감을 통해 잘 나타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자동차와 인물의 관계

 이 영화에서 자동차는 다양한 장면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세바스찬과 미아가 타는 차는 대부분 화면의 좌측에서 우측을 향하고 있습니다. 길이 막혀서 천천히 가는 상황이나, 함께 천문대로 가는 장면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방통행의 길에서 차를 마주쳐 후진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말이죠. 허나 미아가 좌절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상황에서는 차가 좌측을 향하며 나아갑니다. 모든 삶의 동력을 잃어버린 미아가 자신의 마음의 안식처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의 현실들을 부정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말이죠. 이처럼 해당 영화에서는 자동차와 인물 사이의 관계가 존재합니다.


 또한 자동차와 관련된 좋은 장면은 세바스찬이 경적을 울리는 장면들입니다. 우리는 보통 경적을 상대방에게 과격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사용합니다. 도로에서 멈추라고 하는 장면이나, 조심하라고 하는 상황이나, 빨리 움직이라는 상황에서 말이죠. 그리고 세바스찬 역시 비슷한 이유로 경적을 활용합니다. 세바스찬이 경적을 사용하는 상황은 주로 자신이 해야할 것을 잊은 미아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현실을 직시시키는 상황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 미아는 도로에서 연기 연습을 하며 대본을 바라보다가 출발할 타이밍을 놓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세바스찬은 미아를 향해 경적을 울리죠.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적고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 모르는 미아에게 목도한 현실을 보게 만든 장면입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상처받고 동력을 잃은 미아를 후회와 절망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경적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이 영화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3. 이별에 관한 고찰

 사랑하는 이들은 왜 결국 헤어지게 될까요? 누군가가 나빠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특정한 사람의 잘못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차이가 있었고,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의 차이가 나타났고, 의도와 행동의 엇나감이 서로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었기에 헤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정말 진심을 다해 사랑을 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 영화의 두 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 역시 그렇습니다. 미아는 영화와 배우라는 직업에 관한 끝없는 애정이 있던 사람이었고, 세바스찬은 다소 괴팍할 정도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가 동경하는 요소에 몰두한 모습에 이끌려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된 그들에게 있어서 점차 현실의 문제가 나타납니다. 미아는 자신이 구상하는 일인극을 개최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해지고, 세바스찬은 자신이 원하는 가게와 미아와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허나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아는 세바스찬의 재즈에 대한 헌신과 애정에 이끌렸습니다. 허나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세바스찬을 본 순간 미아는 그 관계에 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국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 세바스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세바스찬의 타협은 미아와의 안정적인 미래를 갖고 싶다는 욕구에서 기인했다는 점과, 미아는 타협하는 세바스찬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꼈다는 점 모두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이해가 가는 이야기들입니다.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작중 <Mia& Sebastian's Theme>가 흘러나오면 그들은 서로를 생각했습니다. 해당 노래를 들으며 힘든 현실로부터 벗어나 행복해지기 위해 달려가기도 했고, 상대방의 성공을 바라는 본인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직시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미아와 세바스찬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남긴 사람은 서로일 것입니다. 이처럼 너무나 사랑했어도,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족적을 남겼어도, 언젠가 이별을 맞이하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야 할 때, 후회와 회한의 감정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관한 추억을 곱씹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도 있고, 만약 그때 내가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는 미련도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더욱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며 서로를 응원하며 마음 한 켠에 추억으로 간직하자는 것이 이 영화가 이별에 대해 말하는 골자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라라랜드>는 정말 특이한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닌 스토리를 가지면서도, 그 매력을 모두에게 어필하고, 세련된 화면 구성을 가져가면서도 고전에 관한 향취를 놓지는 않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를 안 보신 분은 많이 없으시겠지만 아직 보지 않으셨더라면 꼭 보실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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