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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Aug 05. 2022

공포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웰메이드 크리쳐 무비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리뷰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해변, 휴가와 같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간담이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 소재도 빠질 수 없겠죠. 일시적으로 한기가 들게 만듦으로 인해서 시원함을 준다는 명목으로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주로 여름을 타게팅하여 개봉합니다. 여름에는 공포영화의 수요가 는다는 점과 공포 장르의 고정팬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블레어 위치>와 같은 과거 저예산 공포영화들이 제작비 대비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는 점을 바탕으로 많은 공포영화들은 여름에 맞춰 개봉을 합니다. 그리고 무수히 쏟아지는 공포영화들은 장르의 완성도를 떨어지게 하는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공포영화는 고정팬이 확고한 장르이긴 하지만 장르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좋지 않은 영화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흔히 갑툭튀로 불리는 점프 스케어로 점철되어 있거나 불쾌하기만 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영화들이 많기 때문이죠. 착실한 빌드업 없이 갑툭튀와 사운드만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영화들로 인해 저에게 있어서 공포영화라는 카테고리는 그닥 달갑지 않은 장르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같은 영화는 그 결이 다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결핍에서 오는 공포를 조성한다는 점과 공포영화임에도 자연스레 가족적 요소를 첨가했다는 점입니다.


1. 결핍에서 오는 공포 조성

 우선 공포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공포는 미지의 것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낮에 가는 것과 밤에 가는 것에 큰 차이를 느낍니다. 장소가 변화하지 않았고, 무서운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순히 어둡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안한 장소에서 무서운 장소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죠. 시각적인 정보가 차단됨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요소에 신경쓸 수 밖에 없어집니다. 더 많은 정보를 더 예민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우리는 위험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이처럼 공포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정보가 제한될수록 그리고 신경써야할 요소가 많아질수록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이 두 요소를 잘 활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자인 정보 제한의 측면에서 볼 때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에이리언>과 흡사한 크리쳐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의 기본적인 구조는 주인공들이 마주한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약점이 무엇인지,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이 요소들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싸이코패스를 경계하는 이유도 그들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점이나 대처법을 알고 있다면 같은 상대를 마주하더라도 공포감이나 무력감이 떨어지게 되겠죠. 마찬가지로 위치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누군가가 설치한 함정이 내 주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주변을 항상 경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입니다. 허나 만약에 함정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우린 그것을 피해가거나 해체하고 지나갈 수 있겠죠. 이런 의미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크리쳐는 꽤나 성공적인 존재입니다. 이 영화에서의 크리쳐는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것 이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고, 강력한 존재라서 쓰러트릴수도 없으며, 평상시엔 위치조차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소리를 내면 안되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발걸음 소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수화를 배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에서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이 기인하는데요. 이는 바로 공포영화가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공포영화는 색감과 사운드를 통해 겁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그 반대에 서서 극을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리가 날 것 같은 순간에 극도의 서스펜스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죠. 자칫하면 영화가 지루해지기 좋은 구성이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 역시 영리하게 잘 빠져나갔습니다. 영화에서 불필요한 부분과 정보는 최대한 줄이고 극의 러닝타임을 90분 내외로 설정한 것입니다. 아무리 조용한 공포영화라 해도 지루함이 올라오지 않도록 영리하게 설정하여 단점이 될 뻔한 요소를 특징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2. 가족애를 다루는 공포영화

 이 영화는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의 배려와 사랑이 잘 녹아들어있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가족을 위해 한 행동, 가족을 배려하기 위해 하던 사소한 것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엄청난 역할을 하는 이 영화의 구성은 극한의 상황을 연출하는 공포영화 속에서 꽤나 효과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족애를 상징하는 요소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수화와 보청기인데요. 먼저 수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리뷰한 영화 <목소리의 형태>에서도 말했듯이 수화라는 요소는 청각장애인들의 언어 중 하나로 청각장애인들이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 혹은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 익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후자의 의미로 채택되었죠. 청각장애가 있는 딸이 있는 집안에서 가족들은 그녀를 더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기 위해 수화를 배웠을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을 위한 사랑이 녹아있는 배려인 것이죠. 그리고 그런 사랑과 배려의 형태는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은 극중 시점에 이르러서 가족들을 살린 요소로 남았습니다.


 반대로 보청기는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의 말을 듣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딸도 작중에서 아버지가 만든것으로 보이는 보청기를 사용하며 다니지만 비전문가가 만든 제품의 한계일지 이따금씩 엄청난 소음을 내곤 합니다. 딸은 그 소리가 싫고 불편해서 보청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다다라서 그들의 목숨을 살린 것은 아버지의 희생과 아버지가 만든 보청기였습니다. 서툴지만 가족 구성원을 위해 한 여러 행동들이 그 가족을 생존으로 이끌고 가족애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구조는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공포영화에 대한 관심이 끊어졌었던 제게 인상깊게 다가온 2010년대 후반의 공포영화가 몇 작품 있습니다. <겟아웃>, <유전>, <미드소마>, 그리고 <콰이어트 플레이스>인데요. 이 영화들은 공포영화의 기본 문법을 착실히 밟으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유지한 훌륭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공포 장르 자체에 대해 반감이 어느정도 있으시더라도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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