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드라마화를 앞두고 과다하게 걱정 중입니다
원작 책을 뛰어 넘는 해리포터 영화는 없지만, 크리스 콜럼버스가 그려낸 마법 세계를 꽤나 좋아한다. 책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꼬마 마법사들은 물론, 머리 속에서 상상만 하던 호그와트를 영화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그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영화에서 만들어진 그의 마법 세계는 그 이후 영화들의 단단한 토대가 되어 주었고, 음악, 의상,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든 시너지가 합쳐져 나의 가난한 상상력을 채워주었다.
팬들 사이에서 단연코 레전드라고 불리는 세 번째 영화를 이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마법 세계도 꽤나 애정한다. 아니, 사실 사랑한다. 콜럼버스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 왔다면 쿠아론은 책을 기반으로 하되 영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넣었달까. 앞선 두 영화에 비해 각색한 부분이 많지만 책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건 시간의 순서들을 섞고 시각화 됐을 때 더 예쁜 방식으로 텍스트를 잘 표현했다.
갑자기 해리포터 초반 세 편의 영화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 계기는?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왜 데이빗 예이츠가 최악의 감독인지에 관한 영상이 떴는데, 안 그래도 그를 별로 안 좋아했지만 그걸 보고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다. 예이츠는 5편인 불사조 기사단부터 마지막 죽음의 성물 2부까지 감독을 맡은 사람인데, 책의 내용을 다 담지도 못할 지언정 연출도 최악이었다. 그렇게 평면적이고 지루한 연출은 콜럼버스나 쿠아론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짜증나는 영상 덩어리다.
특히 그 억지로 집어 넣은 웃음 코드는 그 의도가 빤히 보여서 어처구니가 없다. 예를 들면 죽음의 성물 1부에서 해리와 친구들이 말포이 저택으로 잡혀와서 도비가 그들을 구해주려는 장면. 도비가 샹들리에를 떨어 뜨리기 위해 나사를 돌리는 장면이 쓸데 없이 길다. 끼익, 끼익 소리가 계속되면서 그 악랄한 데스이터들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과 두리번거림은 순간 우스울지 몰라도, 그 빠르게 도망가야 하는 긴박한 순간을 너무 느슨하게 만든다. 도비가 나사 돌리는 장면만 8초가 넘었던 것 같은데 그거 넣을 바에 드레이코 얼굴이나 더 보여주지 그랬어요.. 불사조 기사단에서도 원래 책에서 드레이코 비중이 꽤 큰데 죄다 잘라 먹은거 너무 화나구요..
그러고 보니 4편인 불의 잔의 감독은 또 다른 사람이다. 좀 존재감이 없으셔서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불의 잔은 뭐.. 그냥 저냥 영화였던듯? 트라이위저드 토너먼트라는 특별한 이벤트가 호그와트에서 열리는 거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느꼈던 책인데, 아무래도 두 시간 짜리 영화로 만들기는 조금 무리가.. 사실 해리의 4학년 시절을 가장 애정하는데, 호그와트가 그나마 밝았었던 마지막 해여서 그런 것 같다. 내가 해리와 친구들의 학교 생활을 상상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시기가 4학년 때이기도 하다. 3편까지는 아직 다들 애기 같았는데 드디어 청소년이 된 것 같달까. 서서히 사귀는 애들도 나타나고..
원래 대학교도 새내기 때보단 3, 4학년 일 때가 더 재밌잖아요. 학교 생활도 익숙해지고. 그 후에는 볼트모트 부활로 인해 급격히 어두어지는 학교 분위기로 통통 튀는 학교 생활을 떠올리기엔 내 상상력이 너무 빈약하다. 롤링 작가님이 정해 놓은 세계관에서 너무 어긋나게 상상하는 건 또 싫어서.. 아무튼 결론은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롤링의 책들을 무시한 예이츠가 난 너무 짜증난다는 것이다.
... 그랬는데 내 눈 앞에 등장한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예이츠야, 너무 욕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