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일들

진짜 할거에요 두고봐

by 정수히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해야 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내가 나에게 영어 과외받는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단어를 많이 외우라고. 돌아 오는건 얕은 한숨 소리. 그들에게 단어 외우는 건 고역이다. 안 그래도 알아 듣지도 못하는 외국어 배우느라 짜증나는데, 귀찮게 단어까지 외우라니. 그치만 짧은 문장이라도 외국어를 알아 들으려면 그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하나 하나를 알아두는게 빠르지 않을까. 드라마 대사가 술술 귀에 들어오고 그걸 그대로 내뱉을 수 있는 능력은 어릴 때나 습득 가능하지, 어느 정도 나이 먹어서부터는 힘들다. 천재가 아니면 모를까. 그냥 단어 외우세요.


이렇게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해도, 막상 단어 공부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은 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일본으로 여행을 자주 가기 때문에 언젠가 꼭 배워야지 라는 생각을 십 년 넘게 했는데, 이제야 겨우 하고 있다. 이루고 싶은 것을 상상하면 공부가 절로 된다길래, 여행가서 막힘 없이 일본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거나 호텔 체크인을 멋있게 하는 상상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잘 안된다. 나이를 너무 먹은걸까.


일본어 뿐만이 아니다. 살을 빼야지, 글을 많이 써야지, 책이랑 영화 즐겨야지, 돈 모아야지, 등등 리스트가 끝이 없다.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 모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일들을 해야만 하는데, 자꾸만 실행이 미루어진다. 약간 불안도 있는 것 같다. 이 리스트를 다 체크해도 내가 그리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그런 흔해 빠졌지만 무서운 불안. 분명히 나만 느끼는 불안이 아닌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마냥 굴어서는 안되는데, 나는 자의식 과잉의 인간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이 감정과의 싸움에서 자꾸만 지는 것 같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모토를 정했다.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새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번 한 달 살아봅시다. 구정 지났으니까 이제 새해인 것은 맞다.


난 할꺼야. 난 할 수 있어. 난 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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