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착각하는 사실은 아마, 성공하면 행복해진다는 것, 아닐까. 여전히 어린 편이지만 지금보다도 더 어리숙하고 철 없을 때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입시에 성공하면, 취업에 성공하면, 결혼에 성공하면, 그럼 드디어 충분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내 인생이 완전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한 번도 현재에 충실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처한 현실은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는 장소였으며 더 크고 좋은 것을 위해 발판이 되는 시기일 뿐이었다. 취준생 때는 어떤 회사라도 합격만 한다면 감사하게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 나니 감사는 개뿔, 불평 투성이였다. 월급 더 많이 주고 복지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되었고, 그러니 자연스레 하루 중 9 to 6는 괴로운 현실일 수 밖에.
결국 나는 이직을 하지 못했다. 이력서 새로 쓰고 면접 보러 다녀야 하는데, 매일 같이 쌓이는 업무가 짜증나서 그냥 포기해버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주변에서 이직에 성공하는 사람을 보면, 다른 회사에 정신 팔려서 대충 출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다. 변화를 위해 준비는 하되, 하루 하루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 자들만이 이룰 수 있는 성취이다. 물론 나처럼 뭘 하든 불만족스러운 채로 일을 해도 원하는 바를 얻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 새로운 환경에 금방 질려 또 다른 나은 것이 없을까 하고 방황하지 않을까. 마치 지금의 나처럼.
그냥 평소에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언제나 행복한 것 같다. 일상적으로 불안하고 불행한 사람은 아무리 성공을 얻어도 행복은 제자리걸음이다.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행복을 일상화하는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능력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든 자책하거나 답답해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 먹은대로 행동도 쉬웠으면 좋겠다.
근데 나같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일상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지나치는 생각이지만 오타쿠 기질이 있는 사람이 행복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드라마에 푹 빠져 정주행 한다든가, 덕질하는 연예인이 있다든가, 아님 침대에 누워서 팬픽만 새벽 내내 본다든가, 뭐 그런 사람들, 나 같은 사람들. 관심사가 여러가지가 아니어도 된다. 오타쿠는 한 우물만 파도 행복하고 오히려 그게 편하다. 오타쿠 자아가 발현될 때는 현실의 우울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덕질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오랫동안 현실에 치여 이 감각을 잃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책장에서 해리포터 책을 꺼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