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by 정수히

새해 첫 날인 만큼 다짐이라든지, 목표라든지, 계획이라든지, 어떤 야무진 포부가 담긴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명히 불과 하루 전이었던 작년의 12월 31일에는, 새해에는 이걸 할꺼고 저것도 할꺼고 하는 여러 부푼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새로운 해를 마주하고 나니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잔뜩 들떴던 마음이 가라 앉았다. 1월 1일이라는 날짜에 의미부여를 크게 해서 그렇지 사실은 그저 하루만 지났을 뿐이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것 저것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는 실행력이 매우 약하다. 새해 첫 날 글쓰기도 미루고 미루다 벌써 자정을 코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삼십대에 들어서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다양한 잔소리가 많이 들어 온다. 친척 어른들께는 결혼해야 한다는 우려를, 스승으로부터는 열심히 일 좀 하라는 매질을, 친구에게는 철 좀 들자는 핀잔을(너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거 알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올해는 나의 얇디 얇은 팔랑귀를 뒤로 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거다. 일단 내 마음이 소리치고 있는 건 딱 두 가지. 첫 번째. 똑똑해지기. 요즘 말할 때 단어가 생각 안 날 때가 많고, 글을 쓸 때도 논리 정연하게 문장을 못 쓸 때가 있다. 책이나 영화도 분명 볼 때는 감명 깊게 보고 눈물도 다 흘려 놓고는, 막상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서 횡설수설한다. 인풋이 머리 속에 기억에 안 남으니까 아웃풋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공부는 이해가 먼저라는 말은 다 개뻥이다. 무조건 암기다. 이해가 돼서 외워지는 게 아니라 무작정 외워야 이해가 따라오는 거다. 아무튼 외우는 거 싫어해서 한 동안 멀리 했는데, 올해는 다시 뇌 좀 가동시켜 보고자 한다.


두 번째. 건강하게 먹기. 작년에는 살 빼기라는 말로 목표를 세웠다면 올해는 조금 더 교양있게, 건강한 식습관 기르기 라는 있어 보이는 키워드를 합해서 만들어 봤다. 사실 작년 먹은 음식들을 떠올려보면 엄마가 기겁할 음식들만 모아둔, 불효녀 픽 메뉴 모음집이다. 솔직히 건강 검진 받으러 가야할 판이다. 온갖 짜고 맵고 단 음식들은 내 배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배달음식은 또 어찌나 많이 시켜 먹었는지. 자취생도 아니고, 집에 밥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굳이 돈 써가면서 남의 집 음식 사다 먹었다. 일회용품도 장난 아니게 써서 본의 아니게 내 건강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마저 해쳐 버리고 말았다. 올해 어플 지운다 진짜로. 아무튼 배가 일 년 내내 빵빵했고 더부룩해서 맛있는 걸 먹고 나서도 기분이 안 좋았다. 건강하게 먹어야 기분도 좋고, 궁극적으로 살도 건강하게 빠진다.


올해는 해내고자 마음 먹은 것들을 해내고야 마는 특별한 일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표를 세우고 하지 않았을 때의 기분을 이제는 너무 잘 안다. 그 순간에는 몸이 편하고 즐거운 것 같지만, 나중에는 결국 밀린 할일들이 해일처럼 몰려와 마감일에 겨우 겨우 끝내는 하루살이 같은 일상을 살게 된다. 내 자신을 갉아 먹는 일은 더 이상 그만하기로 했다. 2026년, 붉은 말의 해라는데, 초원 위 말처럼 한 번 달려가보자고! 근데 좀 천천히 달릴게요, 내가 체력이 약해서.. 금세 지쳐 버리면 아직 364일이나 남았는데 꽤 곤란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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