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알게되는 사실들
이곳에서 한식당을 운영한지 이제 5년을 넘겼다.
처음 우리 부부가 식당을 열었을 때는 코스타리카에 한식당은 네 곳 정도가 있었다. 모두들 오랜 기간 코스타리카에서 한식당을 운영해 오신 분들이고, 음식 맛도 훌륭한 곳도 있었지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바로 너무 오래된 느낌의 한식당 스타일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전통적 한식당의 느낌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2020년 K-컬처가 꽃피우기 시작한 시기의 한식당으로서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2020년에 걸맞는 한식당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우리의 첫 식당을 열었다. 작은 쇼핑 플라자였던 그 공간은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Automercado 에서 운영하던 곳이었기에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꽤 많은 위치였고, 모든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식당은 작았지만 케주얼하고 모던한 느낌으로 만들고자 했다. 미국식 중식당 '판다익스프레스'에 버금가는 느낌을 내보고자 야심찬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준비를 해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실력 있는 건축가를 섭외하기도 어려웠고, 거창하게 하자니 비용적 부담도 컸다. 리모델링 건축 기간은 2달을 잡았지만, 4달을 넘겼다. 초반에 현지인 요리사들을 교육하면서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태도 문제로 최종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 거리는 한 친구는 대마초를 하는 것인지? 이상한 행동을 발견하여 집에 보내기도 했다. 다른 한식당에서 근무하는 요리사를 데려올 생각은 없었기에, 다양한 요리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교육하는 방식으로 준비 하였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현지인 요리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고자 했기에, 레시피를 메뉴얼화 하고 최대한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한식 브랜드는 해마다 조금씩 성장해 왔고, 그 과정에 현지인 손님들과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김치 리필 (Refill) 되나요?
1호점을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어머니와 딸로 보이는 손님이 방문하였고 음식이 서빙된 후, 아내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의미에서 "Que tal la comida?" (음식이 어떠세요?) 하고 인사하였다. 그러자 어머니로 보이는 손님은 "Muy Mal!" (아주 형편없네요!) 하고 답했다. 아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내뱉은 손님의 말을 처음에는 아내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고 한다. "Hay algún problema?" (어떤 문제가 있나요?) 하고 묻자, "Pedí más Kimchi banchan, pero no me da más!" (김치 반찬 좀 더 달라고 했는데, 더 안 주네요!!) 나중에 손님을 응대한 직원과 상의해 보니, 해당 손님에게는 이미 한 번 김치 반찬을 리필해 드린 상태였고, 다시 두 번째 리필을 요청했을 때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고 답변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해당 손님은 "한국에서는 계속 주는 김치 반찬을 왜 안 주냐?"고 화를 냈고, 함께 온 딸로 보이는 손님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식사를 계속했다.
어찌보면 김치를 원하는 만큼 (무료로) 먹고 싶었던 손님의 기대는 당연한 것일수 있었다. 티비라든가 한국 문화를 아는 외국인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김치를 그만큼 대량 준비하기도 어렵고, 비용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았다. 사실 코스타리카에서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무언가를 무한 리필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아웃백 (Outback) 조차도 식전빵을 더 달라고 하면, 식사를 마칠때 쯤 어렵게(?) 추가빵 1개를 가져다 줄 만큼, 무료 음식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중남미에서 고물가로 대표되는 나라인 만큼 어쩔수 없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라면이 왜 인스턴트 라면 인가요?
개업 초기부터 우리는 한국 라면도 판매했는데, 일본식 라면을 경험한 손님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곤 했다. 특히, 코스타리카에는 일식 라면과 한식을 함께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그곳을 방문해 본 손님들은 그것이 일본 라면인지 한국 라면인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 식당에서 판매하는 라면에 대해 "왜 인스턴트 라면을 식당에서 판매하냐?"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있었다. 통상 그냥 불만 제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일본 라면과 한국 라면의 차이를 친절히 설명하면, 오히려 일본 라면과 한식을 함께 파는 식당을 예로 들면서 "그 식당은 (생)라면을 파는데, 왜 거짓말을 하냐?"며 더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지금도 한국 라면을 주문하는 손님들에게는 반드시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을 강조하여 설명한 후 주문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손님의 불만을 받는것은 여전하다.
최근 한국라면이 인기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일본라면 보다는 인지도가 부족한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일본라면을 기준으로 질문을 하기 때문에, 인스턴트 한국라면에 대한 설명은 항상 조심스럽다.
한국의 매운맛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식당 개업 초기 우리는 손님들이 드실 수 있는 수준의 매운 라면을 고르다가 진라면 순한맛을 선택했다. 당시 우리 7살 둘째 딸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맵기였고, 사실상 많은 한국 성인들은 진라면 순한맛에서 매운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이곳에서는 진라면 순한맛을 그대로 조리하면 (매워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때문에 우리는 진라면 순한맛의 스프를 100% 사용하지 않고 절반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재료로 맛을 내게 되었다. 결과는 매우 좋았고, 많은 손님들은 그 맛에 아주 만족했다. 문제는 한국을 방문해 본 적 있는 손님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한 손님은 직원에게 내 개인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걸었고, 약 10분간 불평을 늘어놓은 적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맛을 바꾸면 안 된다"는 조언… 물론 그 조언도 우리에게 필요한 의견의 하나였지만,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현지 손님들이 매운맛을 견디지 못하기에, 어느 정도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한식당을 시작한 이후 코스타리카에는 매년 한식당 숫자가 증가하였고, 이제는 코스타리카 내에 열개가 넘는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한식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한식을 전혀 모르는 손님들을 맞이할 때가 종종 있고, 여전히 그들의 불만과 변덕을 상대해야 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도 전통적 맛과 현지인들의 기호 사이에서 그 답을 찾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