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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저씨 Apr 26. 2023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인생의 엇박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배달업 중에도 기피한다는 새벽 생수 배달..


인생의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뭐 이렇게 이야기하면 배달일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어서 염려스럽지만


제가 사실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으로서 부담이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게 그만큼 어렵고 힘든 선택이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땀 흘리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습니다.


아무튼 뭐 인생의 고난이라고 하면 크게 질병과 돈이죠...


전 배달일을 시작했으니 질병은 아니고요


당장에 돈을 벌어야 하는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제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복권방 때문은 아닙니다.


몇 년 전 저지른 실수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것저것 해보지만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복권방도 이것저것 중에 하나였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선택하는 것마다 '엇박'타는 인생..


이 '엇박'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누구보다도 도전정신 강하고 실행력 있는 저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망설여지고 두렵습니다.


배달일마저 엇박이려나... 뭐 두고 볼 일입니다.


사실 배달을 시작하기 전 안 써도 될 돈을 많이 썼습니다.


시작부터 엇박 인 셈인데요..


무지하고 어리석은 스스로를 탓하기 전


어려움을 더 어렵게 하는 세상의 논리가 원망스럽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안 될 수 있는 건가...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혼자서 이것저것 하려니 판단력도 흐려지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버립니다.

(혼자는 위험합니다)


성공과 긍정의 메시지도 심어 보지만 이것 역시 위험합니다.


혼자만의 꿈과 희망에 갇혀버립니다.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판다라는 합리화 아래


이것저것 소비한 것만 도대체 얼마인지...


가게에 갇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 세월


땀 흘리는 가치를... 돈을 번다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처럼 안되고 그 뒤에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세상의 논리를 탓하기 전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가왕 조용필 님의 '꿈'을 들으며 얼마나 울었던지...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실 누가 말을 해줬다 한들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눈 뜨고 코 베이는 과정이 당연한 세상인 거 같은데..


여기저기 헤매고, 괴롭고도 험한 세상...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려나요...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배달한 첫날


아무 생각 없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편하게 돈을 벌고 있었는지...


이만한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려야 하는지...


쌓여 있는 물량이 하나씩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면서


맞아... 한 번에 되는 건 없는 거야...


그러면서 보낸 반나절...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마법 같은 시간을 경험했습니다.


인생에 적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고 선택한 길


벌써부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고민이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맞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제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싶네요...





모든 게 꿈이었으면...


이때 이렇게만 되었다면...


하필 그게... 그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랬다면... 저랬다면... 하면서


위험한 생각을 한 적도 있고


과거의 자신을 버리기 위해 유서도 써보고..


그래도 쉽게 바뀌지 않는 '나'이고 인생입니다.


엇박을 피하기 위해 반박자 조정해 보면 그때부터 또 엇박..


뭐 이런 인생입니다만...


포기하지 않고 '시작'한다는 거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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