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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2025.01.01

by 조롱

나의 실수는 항상 후회와 탄식으로 가득했다.

어쩌다 실수라도 한 날이면 밤잠을 설치며 못 이뤘고 몇 달이 흐른 뒤에도 실수의 기억은 머리를 한 바퀴 돌아 되새김질하기 일쑤였다.

실수의 기억은 참으로 혹독하고 끈질겼다.

나의 잘못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것도 모자라서 몇 달 뒤에도 다시 같은 자리를 채찍질해대니 맞은 자리에 새살이 돋기 전에 또다시 상처가 생겼다.

처음에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지라고 시작했던 자아성찰이었는데 이제는 나를 더 단단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것인지 나를 더 상처 입히기 위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 더 나아진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실수의 성찰 속에서 나의 인격은 존재하지 않았다.

늘 혼내는 사람의 인격이 1순위 그다음은 없었다.

나는 성찰 속에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실수한 못난 나를 신랄하게 까내리고 싶었을 뿐이었을까.

사람은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누구에는 나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실수는 실같이 흐르는 물(水)과 같아서 나도 모르는 새 흘려버리고 말지만 정작 스스로는 이해할 생각이 없나 보다.

나에게 실수는 거름일까 채찍일까.

그 의미를 정하는 것 또한 나지만 나에게 실수는 어쩌면 그저 나를 혼낼 핑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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