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먼저 날아다녔다

왕벌의 비행과 아이들

by 신현석

아이들과 〈왕벌의 비행〉 을 들었습니다. 아직도 〈꿀벌 마야의 모험〉과 여름 단원의 여운이 남아 있는지,

아이들은 왕벌을 꿀벌 마야로 여깁니다.

음악보다 이야기가 먼저 날아다닙니다.


“벌떼가 수십 마리 한꺼번에 날아다니는 소리 같아요.”

“꿀벌이랑 말벌이 싸우는 장면이 떠올라요.”

“백조랑 꿀벌들이 사이좋게 날아다녀요.”


느낌들이 교실을 채웁니다.

공책에 그림을 그립니다. 제목은 〈왕벌의 비행〉, 그리고 림스키 코르사코프. 넙적한 크레파스로 파란 하늘을 그리고, 벌들이 쉴 땅을 넓게 펴 둡니다. 준비가 되자 꽃과 벌, 백조를 하나씩 올립니다. 나무가 서고, 바위가 놓입니다. 같은 음악을 들었는데, 나오는 세계는 서로 다릅니다. 아이들마다 자기만의 풍경을 갖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다 같이 시를 낭송합니다.


벌이

꿀 빨아먹자

꿀 빨아먹자

꿀 빨아먹어

하면서

윙윙

댑니다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부르기 좋은 시입니다. 1학년 봄, 아침 리듬 활동에서 불렀던 시라 그런지 아이들은 몸으로 기억합니다. ‘꿀’ 자에만 박수를 치기도 하고, 속으로 읊다가 “윙윙 댑니다”에서만 소리를 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박수로만 쳐 보기도 합니다. 교실이 리듬으로 흔들립니다.


점심을 먹다 한 아이가 말합니다.

“선생님, 저 왕벌의 비행 시 쓰고 싶어요.”

책 읽을 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유가, 갑자기 시가 떠올라서였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다른 아이들도 숟가락을 든 채 따라옵니다. “나도요.”


“그래, 말하듯 쓰면 돼.”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아이들이 진지한 얼굴로 글을 씁니다. 1학년 때만 해도 누구에게나 보여 주며 자랑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에게만 살며시 보여 주고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서서히 자기 생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2년 동안 함께 있던 아이들과, 나는 지금 천천히 멀어지고 있습니다.


많이 보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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