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오늘 따라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길레 카페 창가에 앉아 따뜻한 오미자 차를 마시다 문득, 2학년 아이들과 함께 화전과 쑥버무리를 만들던 봄날의 공부가 떠올랐다. 공책을 펴고, 그 봄을 다시 불러본다.
그해 봄 프로젝트는 『우리 순이 어디 가니』 였다. 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책을 읽어 주었다. 외우라 하지도, 기억하라 하지도 않았다. 그저 반복해서 들려주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어느새 책을 통째로 외워 버렸다.
듣기의 힘은 늘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아이들 안으로 스며든다.
칠판에 봄을 그렸다. 나무를 그리고, 바람을 그리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꽃을 붙였다. 봄 풍경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봄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게 하려 했다. 그리고 그 봄과 ‘나’와 관계를 맺도록, 쑥버무리와 화전을 함께 만들었다.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빚고, 구워서 먹는 봄. 아이들은 “우리가 만들었다”고 하며 참 잘 먹었다. 배보다 마음이 먼저 부른 식사였다.
화전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이야기하다가, 00이가 말했다.
“옛날에는 설탕이 없었으니까 꿀에 찍어 먹었을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벌꿀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써 온 먹거리다. 나는 아이에게 “아주 좋은 생각이야” 하고 인사를 꾸벅 했다. 그리고 숟가락에 꿀을 떠서 아이들 접시에 얹어 주었다. 지식이 생활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미자 차도 함께 내주었다.
“무슨 맛이 나?” 하고 묻자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시고요, 달고요, 쓴맛도 나요.”
열매로 만든 차라고 하니 더 달라고 한다. 금세 동이 나 버렸다.
경험은 언제나 설명보다 빠르고 깊다.
공부의 마무리는 늘 같다. 경험을 떠올리며 글과 그림으로 공책에 정리하기. 나는 이것을 아주 중요한 공부로 여긴다. 생각을 붙잡아 두는 힘, 느낀 것을 표현하는 힘,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의지의 힘. 이 모든 것이 이 과정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와 관계를 맺은 공부는 다르다. 그림도 달라지고, 글도 달라진다. 배움의 자세도 달라진다. 아이들 공책에는 봄 냄새가 나고, 손의 온기가 남아 있다.
교육은 지식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아이와 세계를 이어 주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