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롱님 Nov 01. 2020

아이와 함께 미디어 보기: 5) 유튜브, SNS

광고홍보쟁이 엄마표 미디어 놀이#11


궁금한 정보를 네이버 초록창에서 검색하면 옛날 사람, 즉 꼰대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 세대는 유튜브로 검색한다는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 읽어야 하는 텍스트 위주의 블로그, 까페가 아닌 직관적인 동영상으로 정보를 탐색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연관 재생도 한몫을 했다. 비슷한 영상이 이어져 플레이되니 내가 원하는 걸 손쉽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 내 머리와 상관없이 네이버로 손이 먼저 가던 걸 억지로 바꿔보기로 했다. 필요한 정보를 유튜브로 검색해봤다. 키워드를 검색한 뒤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보고, 세부 키워드를 추가로 넣어 필요한 영상을 찾았다. 긴 러닝타임 중 필요한 부분만 스킵하는 데도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유튜브 안에서 쏟고 있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에서 같은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넣어 살펴보고 네이버에서도 상위 노출된 콘텐츠를 본다. 그러다 카카오 오픈 채팅방에도 들어간다. 정보 하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동영상이든, 이미지든, 텍스트든… 그만큼 나에게 맞는 찐 정보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의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거짓, 과장, 허위의 파편적인 정보가 수없이 쏟아진다.  


출처: PxHere

아이들은 유튜브로 정보를 찾는데 익숙하다. 글을 몰라도 시리(siri)가 찾아준다. 색종이 접기도, 비즈 만들기도, 옛날 만화영화도, 장난감 리뷰도, 그리고 학교 수업에 필요한 콘텐츠들도 모두 유튜브 안에 있다. 친구도 언니 오빠도 선생님도 가득한 유튜브 세상 안에서 지식이 늘어난다.


학교 창체 수업으로 색종이 접기를 열심히 찾아본 적이 있다. 초1 아이에게 맞는 난이도도 살피고, 영상 재생 속도, 텍스트/음성 지원 여부, 중간 광고가 많은지 등을 고려하면서. 아직 한글 자막을 빨리 읽지 못하는 아이는 “이 쌤은 말이 안 나와서 답답하다.” “이 쌤은 너무 빠르다.” 등 얘기하며 자기에게 맞는 쌤을 찾아갔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에게 맞는 유튜브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찾는 방법을 지켜봤다. 그리고 정리해줬다. 1) 자막과 음성이 함께 지원될 것 2) 가능한 중간 광고가 많이 없을 것 (가능한 짧은 영상 위주로) 3) 크리에이터의 전문성을 살펴볼 것 (구독자수 등)


그리고 유튜브는 스마트폰과 PC에서 자동재생 끄기를 설정할 수 있다. 해제 해두면 패드나 스마트폰에서 볼 때 아이가 유사 콘텐츠를 이어서 보게 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유튜브 안엔 어린이에게 유해한 광고가 너무 많고, 크리에이터마다 타깃 눈높이와 리뷰 콘텐츠의 정확성이 다르다. 어디선가 듣었거나, 알았던 카더라 정보들이 넘치는 곳이라 아이들이 즐겨보는 콘텐츠는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에서 알게 된 정보를 네이버나 구글 백과사전에서 더블 검색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날 아이는 유튜브를 보다가 라면을 끓일 때 면 보다 스프를 먼저 넣는 것이 맛있다고 들었다며 그날부터 내가 스프를 먼저 넣는지 지켜봤다. 라면 봉지 뒤 레시피엔 순서가 면-스프이다. 하지만 스프를 먼저 넣으면 면발에 스프가 베어 맛이 좋다는 썰이 있긴 하다. 그 정보를 다시 과학적인 근거로 검색해서 설명해줄 필요를 느꼈다. 농심 홈페이지에서는 "냄비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국물의 끓는점이 높아져 면발이 빨리 익고 면의 식감이 쫄깃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끓는 물의 온도가 100일 때 여기에 스프를 넣으면 끓는 물 보다 3-4 정도만 높아질 뿐 온도 차이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끓는 물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끓어오름 현상이 발생하여 화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또한 국물이 빨리 끓으면서 스프의 맛이나 향이 날아가버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나왔다. 다양한 입장이 있음을 이해하고 주관적인 정보를 객관화시키는 것의 위험함을 알아야 한다. 그건 그냥 라면 취향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구글 검색 캡쳐



꽁이 역시 친구가 집에 놀러 오면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나 공 스마트폰으로 영상 찍는 걸 좋아한다. 피아노 연주, 몰랑이 인형놀이, 장난감 리뷰 등을 찍고 마지막에 ‘구독 좋아요’ 라고 외친다. 올봄엔 매직이를 펭수처럼 유명하게 만들겠다며 펭귄 애착 인형이 주인공인 먹방 콘텐츠를 만들었다. 매직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맛을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영상이다. 유튜브 계정에 올리진 않았지만, 크리에이터가 되는 과정을 즐거워했다.




유튜브만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SNS이다. 최근 초등학생에게 인기 있는 틱톡 같은 숏 비디오 플랫폼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못지않다. 스마트폰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유튜브나 틱톡에 영상 찍어 올리기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출처: pxHere


부모의 SNS 계정에서도 자녀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흔히 볼 수 있다. 나 역시 친구들로 이어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아이와 함께한 일상을 올리곤 한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프로필이나 포스트에 내 얼굴을 노출하는 건 나의 선택인데, 아이의 얼굴을 내 계정에서 노출하는 건 아이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왠지 아이가 커서 엄마의 SNS 공간을 들여보면 싫어할 것 같았다. 가능한 친구 공개만 하거나, 아이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등 주의하곤 한다. 이제 엄마는 아이와 SNS 사용 규칙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가 되었다. "엄마는 너와의 일상을 어디까지 공개해도 될까?"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함께 미디어 보기: 4) 라디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