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9 2021년 1월 14일
#Sparkingjoy
연말 동안 신박한 정리를 했다. 집의 큰 가구들의 구조를 바꿔 10년 만에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코로나 19로 1년을 집콕하며 불편했던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개선한 것. Zoom으로 수업하고 회의하기 좋은 환경, 엄마가 집중해서 몰두할 수 있는 공간, 아이도 EBS와 온라인 수업을 효율적으로 들을 수 있는 분위기, 요가매트 펼치고 홈트라는 걸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마침내 갖게 되었다.
사물에도 추억이 깃들어져 있어 잘 못 버리는 나이기에 이번에 큰 맘먹고 #SparklingJoy를 실천해봤다. 아이가 어릴 때 만든 작품, 그림, 작은 선물들을 사진 찍고, 정말 설렘을 주는 것만 남기고 정리를 했다. 9살에 걸맞지 않은 장난감들도 텐트 속으로 옮겨 놀이 공간을 분리하니 속이 시원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내 소유물들도, 주방 살림도 서서히 종량제 봉투와 분리수거함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집에 여유 공간이 생겼다고 느끼며 새로운 새해를 맞이한 그 기쁜 첫날, 꽁이는 할머니 집에서 큰 손님을 모시고 왔다. 바로 토토로! '아, 너무 큰 녀석인데,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녀석인데...' 그렇게 토토로와 함께 만화영화를 봤는데, 엔딩 크레디트에 토토로 눈사람이 나와서 눈이 오면 토토로 선물로 친구를 만들어주자고 약속했다.
#새해첫눈 #일주일두번의눈
작년 여름부터 아이폰의 날씨예보 정확도가 높아진 걸 느낀다. (갤럭시 쓰는 친구가 아이폰의 스마트함에 처음으로 인정해준!) 1월 6일 저녁부터 눈이 온다는데 사실 낮에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 날씨였다. 저녁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니 어두운 적막 속에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금방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였다. 밖에선 아이들이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눈이 얼마나 왔는지 궁금한 동심은 이미 패딩을 입고 부츠를 신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토토로 눈사람을 만들기로 약속하고 잠이 들었고, 눈뜨자마자 토스트를 먹는 둥 마는 둥 방한복으로 중무장한 뒤 토토로 만들러 밖으로 나갔다. 와~ 이 집에서 10년 살면서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 건 처음이었다. 10cm가 넘는 눈이 왔다니, 그 눈이 이렇게 소복이 쌓였다니! 토토로를 만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큰 몸통을 만들고 귀를 올리고 나뭇가지, 겨울눈, 자작나무 잎 등을 가져와 머리카락, 눈코입, 수염 등을 완성했다.
친구 집에서 오리, 눈사람, 하트 스노우메이커를 빌려와 '나만 없어 오리'에서 탈출했다. 종이컵에 눈을 가득 넣고 예쁜 자연물들을 담아 얼음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새하얀 눈을 집으로 잔뜩 가져와 불어펜으로 펭귄들을 위한 예쁜 빙수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다음 날에도 눈사람을 만들었다. 누군가 토토로를 부셔 놓은 게 속상해서 사람들이 잘 지나지 않는 나무 숲에 펭귄 이글루를 만들었다. 락앤락으로 눈 블록을 만들어 차곡차곡 쌓았는데 지붕을 덮는 기술이 부족한 탓에 출입문과, 지붕이 열린 오픈형 이글루가 탄생했다. 아빠 펭귄을 위한 알도 만들고, 멋진 고드름으로 장식을 했는데, 이 이글루 역시 누군가가 부셔놨다. ㅠㅠ
집 근처 비탈길에서 택배박스와 튼튼한 비닐로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간판이나 차에 매달린 대형 고드름을 따는 즐거운 겨울 산책도 즐겼다. 눈을 치우느라 고생하시는 분들 덕분에 동심은 온 동네를 놀이터 삼아 놀 수 있었다.
이 겨울 가장 아름다운 풍경 맛집은 율동공원이었다. 율동공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즐겼지만, 혹한으로 호수와 계곡이 꽁꽁 얼고 그 위에 10cm 넘는 눈이 소복이 쌓인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영화 러브레터 같고, 드라마 겨울연가 같은 뷰를 여기 가까이에서 눈에 담았다. 호수 눈 위로 걸어 다녔을 오리 발자국을 찾아보고, 얼음 계곡 아래 물 흐르는 소리를 찾아 듣는 경험도 색달랐다. 아무도 지나지 않는 눈 위에 발자국을 쿵쿵 찍어보고, 눈 위로 떨어진 나무의 겨울눈들을 줍고, 매점 앞 테이블에 뜨거운 컵라면을 호로록 먹는 겨울 낭만이라니...
그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눈이 또 내렸다. 제설작업이 된 길과 질퍽해진 눈 뭉치들을 또다시 새하얗게 덮어버린 눈. 아이는 또 즐겁다고 뛰어 논다. 추워도, 미끄러워도, 눈으로 부츠와 장갑이 젖어 불편해도 이 심심한 겨울에 눈이 가득 내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많고, 그 경쾌한 목소리가 가득한 동네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남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지 않고 존중해주는 마음도.
#1학년45일등교마무리 #종업식
내일은 종업식이다. 입학식도 없었는데 종업식이라니... 1학년 동안 학교를 45일 등교했다. 총 수업일수 171일 중 약 1/4 정도 되는 횟수다. 성적표와 상관없이 그동안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습을 이어가며 성장한 어린이에게 '수고했다. 고맙다'는 감사를 전하고 싶다. 꽁이는 비대면 종업식 보다 내일 발표날 2학년 반 배정 결과에 관심이 많다. 과연 절친은 같은 반이 될지, 또 혼자만 다른 반이 될지, 기대를 걸어본다.
이제 즐거운 겨울방학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