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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Sep 01. 2022

런던 직장인 첫 일주일 후기

워홀러 신분 백수 탈출! 나도 이제 튜브타고 출퇴근한다!

8월 22일 월요일부터 Central London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되었고 걱정 근심 설렘 가득했던 회사에서의 첫 일주일이 지났다. 나름 프로 이직러로서 아직까지는 정말 아무런 판단을 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이직 뽕' 가득한 기간이지만 그래도 인생에 가장 큰 꿈을 이뤘으니 회사 이야기 및 자랑 겸 일주일 동안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일반화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경험담 정도로 읽어주시길!



정말 꼼꼼한 매니저를 만났다

 매니저는  업계에서만 10 넘게 일한 전문가이다. 사실 인터뷰하는 동안 3번을 봤는데, 질문들도 굉장히 FM이었고 내가 하는 농담에  웃지도 않아서 처음에는 차갑다는 이미지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워낙 성격이 털털해서 스윗하기 보다는  말만 하고 사사로운 것보다는 해야  일에만  집중하는 성향인 듯하다. (~장히  스타일)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기만  것은 아니고 팀원들과 농담할 때는 즐겁게 농담하고,  챙겨줄 때는 굉장히  챙겨주는 '츤데레' 랄까. 무엇보다 내가 매니저가 된다면 이렇게 신규 입사자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정도로 완벽한 'Onboarding 플랜'(신규 입사자가  정착할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는 이직하면 이해할 새도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는데  매니저는 일단    동안은 적응하고 배우는 기간이라며 20 가까이 되는 팀원들과 1:1 교육 세션과 더불어서 업계 이야기를 배울  있는 웹사이트,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는지  손수 주간  보딩 프로그램을 짜서 나에게 공유해 주었다. 덕분에  주부터 굉장히 많은 팀원들을 만났는데 함께 일할 사람들과 대화를 하니 훨씬  직무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아침 출근 /퇴근  30 미팅을 통해서 나의 하루 계획/리뷰를 체크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리 정돈 안되는  P 성향인 나에겐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 나에게 간단한 자료 작성 업무를 던져주곤 했는데 내가  해내면 칭찬과 피드백도 서슴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일을 같이 해본 것이 아니라 좋다/나쁘다 판단하긴 이르지만, 팀원들의 평판과 그녀의 성향으로 미루어 보았을 , 내가 배울 것이 정말 많은 사람임은 확실하다.



영국은 '미팅의 나라'

예전에 SJ 언니집에 잠깐 살 때, 아니 무슨 미팅을 저렇게 많이 해? 싶을 정도로 언니가 하루 종일 미팅만 해서 물어봤더니 언니가 '영국은 미팅의 나라'라고 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을 미팅으로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나라라고.. 한국에서는 사실 불필요한 미팅은 자제하는 편이었고 사실 일하느라 바빠서 누굴 만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회사에서는 첫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주일 동안 내 캘린더에는 미팅 스케줄이 하루 종일 빼곡하게 차 있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매일 아침 출근해서 30분씩,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다 모여서 각 개인/파트별로 업무에 대한 특이사항/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은 주간 동안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혹은 어떤 것이 일에 방해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하게 실무를 쳐내기보다는 팀/파트끼리 업무에 대해서 서로 끊임없이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데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듯했다. 횟수 자체가 많긴 했지만 불필요한 미팅은 일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굉장히 콤팩트하고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내외로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딱 끝난다. 한국에서 가끔 의미 없는 미팅(특히 보고를 위한 보고)에 많이 지쳤었는데 이런 목적의 미팅들이라면 나도 언제든지 환영이다. 단지 영어로 떠들어야 해서 굉장히 힘들 뿐 흑흑



밥 잘 주는 회사, 최고의 회사

매일 오후 돌아가는 간식 트롤리...저건 맥주가 맞아요..


우선 우리 회사는 오피스에 출근하면 아침이 차려져 있다. 시리얼, 오트밀, 그래놀라와 같은 기본적인 아침 메뉴부터 시작해서 크루아상, 팡 오 쇼콜라와 같은 베이커리류, 그리고 갓 만든 샐러드들이 종류별로 있다. 커피 머신은 기본이고 탄산음료, 두유, 코코넛 우유 등 대체 우유까지 한 냉장고가 음료수로 가득 채워져 있고 바로 옆 찬장을 열면 비스킷, 초콜릿, Crisps, 심지어 프로틴 바까지 간식으로 한 칸이 다 채워져 있다. 물론 다 공짜다. 오피스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점심도 제공하는데, Just Eat이라는 한국의 '배달의민족' 과 같은 딜리버리 서비스와 제휴해서 당일 아침 9시 30분까지 정해진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하면 (온라인으로 신청함) 점심까지 알아서 가져다준다. 9파운드까지 회사에서 내주고 그 이상은 개인적으로 추가 결제하면 되는데 메뉴는 간단한 샐러드부터 햄버거, 스시, 태국 음식 등 정말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오후 4시 정도 되면 간식 트롤리가 돌면서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해 주는데 사람이 직접 만든 간식들이라 퀄리티가 아주 우수하다. 이번 주에는 알사탕이 올라간 커스터드 빵, 그리고 로투스가 올라가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심지어 매주 목요일은 술까지 제공해 준다. (이번 주는 하이네켄 병맥주) 제공해 주는 음식들 때문에 오피스에 매일 출근하고 싶을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 밥심이 중요한 한국인으로서 정말 최고의 복지가 아닐 수 없다.



근태가 뭐죠?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한국에서는 6시 퇴근이어도 6시에 퇴근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야근도 많았고 굳이 야근하지 않더라도 '6시 칼퇴근'은 뭔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서 일찍 퇴근해도 6시 20분에서 30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신기하리만큼 출근 시간은 또 기가 막히게 지키는 분위기였다. 거의 대부분이 10분 전에 출근했고 (난 아니었지만..) 9시 1분만 되어도 지각이라는 생각에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실제로 퇴근 시간은 신경도 안 쓰면서 출근 시간은 '근태' 거리며 눈치를 주는 매니저들을 정-말 많이 보았지.. 후후 여하튼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9 to 6 근무이고 1시간 점심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 오피스 출근을 했을 때 10분 일찍 출근했는데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1차 당황했었고, 그 다음날은 지하철이 연착이 되는 바람에 땀까지 흘리면서 9시 4분에 도착했는데 또 아무도 없어서 황당했다. 그리고 9시 20분에 너무나도 여유롭게 'Good Morning' 인사하는 동료를 보며 그제서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일찍 출근하든 늦게 출근하든 자기 할 일만 똑바로 하면 되는 분위기라는 것을... 그리고 점심시간도 정해진 규칙이 없다. 특히나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시간에 점심시간 휴식을 가질 수 있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거나 여유로운 날에는 1시간 30분까지 써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퇴근 시간도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나는 이미 6:00에 노트북을 끄는 것에 대만족 했는데 갑자기 오늘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5시 20분-30분쯤에 짐을 싸서 나가는 동료도 있었고 목요일에는 매니저가 먼저 펍에 가서 맥주 마시자며 5시에 짐을 싸라고 강요(?) 했다. 물론 여기도 일 많으면 야근한다. 지금은 다들 여름휴가 기간 끝물이라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서 그럴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 시간을 눈치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내 매니저도 첫날에 제일 먼저 나한테 한 말이, 본인은 근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기 할 일만 제대로 하면 자긴 직원들을 전적으로 믿는 편이라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눈치를 보는 사람은 아마 여기서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는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지 않고 나가는 행위(?)는 아직 감히 도전을 못하겠다. 휴 이놈의 한국식 노예 마인드를 어떻게 고치나. 참나!



정말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

우리 회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아마 Diversity 일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영국인들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구직할 때에도 나의 첫 번째 기준은 Diversity & Inclusiveness (직역하자면 '다양성과 포괄성'인데 워낙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도시니 만큼 런던의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 요소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함) 였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Diversity를 강조했는데 지금 우리 팀은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일단 전체 20명 이상의 팀원들 중에 내가 알기로 순수 영국인(?)은 내 매니저 포함 5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부터 시작해서 미국, 인도, 호주, 가나, 이스라엘 등등 정말 다양하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정말 열려있다. 특히 중국인 동료들이 많은데 그래도 같은 동아시아인으로서 굉장히 반가웠다. 얼마 전에 중국인 동료와 대화를 했는데, 런던 오피스에 입사한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면서 회사가 APAC 마켓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내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될 것이고 앞으로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단순히 나의 인종 혹은 국적으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능력과 나의 백그라운드를 오히려 높게 사는 회사여서 나로서는 정말 감사하다.



재택근무로 텅텅 빈 사무실

실제로 매일 이렇게 텅 비어있음...

우리 회사는 Hybrid 근무 환경이 기본 디폴트인데 영국의 많은 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주 5일 중에 1-2일 오피스 출근,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한다. 요일은 자율적으로 선택 가능하고 그마저도 의무는 아니다. (팀 분위기/매니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나는 신규 입사자이기 때문에 새로운 동료들도 만나고 회사 분위기도 적응할 겸 오피스에 화, 수, 목 출근했는데 동료들이 없어서 오피스에 나가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오피스에 나가면 정말 끽해야 10명-20명 정도의 사람들만 있다. 이 넓고 좋은 오피스에 텅텅 빈 책상들을 보니 이 빌딩의 월세가 걱정되는 것은 나뿐인가 싶었다. 특히나 우리 팀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적도 다양하고 담당하는 마켓에 따라 전 세계 각지로 퍼져있어서 Remote Working 시스템에 아주 익숙한 친구들이다. 어떤 동료는 자긴 언제 사무실에 마지막에 나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근무 환경에 대해 Flexible 한 분위기가 가장 좋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그래서 목요일이 '제2의 금요일' 이 되었다고 한다. 금요일은 거의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목요일에는 대부분 사무실에 나오는데, 그래서 목요일 퇴근 후 저녁 시간대에 런던 시내가 오히려 더 붐빈다고... 아무튼 한국에서 일할 때, 코로나 기간에도 재택근무는 손에 꼽을 정도로 한 나로서는 이 새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중이다. 당분간은 오피스에 나가고 회사에 조금 적응하고 나면 주 2회 정도로만 사무실에 나올 예정.



영어.. 영어... 영어... !!!

지금 아마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단연코 영어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은 하루에 잠깐 친구들 만날 때나 영어를 썼지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진짜로 하루 종일 영어만 쓴다. 특히 미팅을 들어가게 되면 업계 용어부터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 영어들이 남발하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영국의 미팅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보니 우리나라와 달리 모두가 최소한 한마디씩은 해야 하는 분위기이고 의견을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깝기 때문에 내 의견을 프로페셔널하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직무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단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화법,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 팀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악센트도 그만큼 정말 다양한데, 악센트가 센 동료들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근데 이건 명백하게 나의 무지이기 때문에 얼른 적응하는 수밖에 없음..) 아무튼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영어 듣기에 집중하고 영어로 떠들다 보니 퇴근하는 시간에는 뇌에 과부하가 왔는지 녹초가 되었다. 새로운 회사, 새로운 직무/업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오피스 문화... 모든 것이 새로워서 이것들을 다 배워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이 모든 것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해내야 하다니.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2주 차인 지금은 또 어느 정도 편해졌다는 것..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그것만 기억하고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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