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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Oct 23. 2021

완벽주의에서 탈피하기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첫번째 열쇠



그동안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뭐든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제시간에 해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그걸 완벽하게 알 때까지 파고들었고, 나에게 주어진 일이 생기면 101% 이상으로 해내야지 만족을 했다. 완벽주의여서 이득이었던 점은, 어떤 과제 건, 프로젝트건 완벽하게 마무리했고 주변에서, 회사에서 인정받았다. 취미 생활도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했다. 한창 운동에 빠졌을 때, 주 6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헬스장에 갔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에게는 완벽한 딸, 완벽한 언니, 친구들에게는 완벽한 친구, 만나는 남자친구에겐 완벽한 여자친구가 되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며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엔 그게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완벽주의는 곧 나의 강박이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작을 하더라도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완벽) 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으면 하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일도 허다했다. (글쓰기가 바로 그중에 하나) 특히 회사에서는 이 성향이 독이 될 때가 많았는데, 내 일을 정말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내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옥죄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물론 해냈을 때, 정말 뿌듯했지만, 나중엔 번 아웃이 와서 결국은 또 다 놓아버리는 상황이 찾아오기도 했다. 인간관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인간관계에서의 완벽은, 상대방에게 그런 평가를 받아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나의 바운더리, 나의 기준이 모호해졌고 결국엔 나를 잃어버리고 상처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제 나의 새로운 목표는 완벽주의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완벽'이라는 개념에는 0% 아니면 100% 둘 중 하나만 존재한다. 내가 어떠한 노력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에겐 '완벽'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 것이 된다. 성공률 2%나, 98%나 똑같은 실패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은, 무언가를 결심했을 때,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생각에서만 멈추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그마한 실수에도 멘탈이 바스러져 나의 회복 탄력성을 낮춘다. 그 데이터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Comfort Zon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안주하게 된다.


그러나 완벽이라는 강박을 버리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완벽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며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나'를 재발견하게 된다. 100%가 아니더라도, 과거의 나보다 0.1%라도 나아지면 그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내가 최근에 읽은 책에서도,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을 버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생각은 -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완벽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라고 한다. 실제로 난 요즘 강박이 생기려 할 때마다 저 구절을 마음속으로 읊곤 한다. 그래!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완벽은 환상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다. 비단 일, 성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는 완벽한 딸, 완벽한 친구, 완벽한 여자친구가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꾸밈없는 진정한 내 모습으로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바운더리를 만들어 가고, 나만의 기준을 새로 정립해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제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칭찬하고 다독여주려고 한다.


완벽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임은 분명하다. 다만 '완벽'이라는 결과가 아닌, 과정과 그에 따른 성장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나의 마음속 한 켠의 강박을 없애고 삶을 대하는 용기를 선사할 것이며, 내 인생을 좀 더 여유롭게 그리고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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