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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Jan 25. 2022

우울감에 잠식되지 않는 법

내 마음과 솔직한 대화로 나를 다독여주기


가끔 살다 보면 원인 모를 우울감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우울감에 빠지다 보면 끝이 어딘지도 모르게 잠식되고 만다. 나는 감정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라 업 다운 도 꽤 심한 편이다. 기분이 정말 좋아서 텐션이 하루 종일 좋다가도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한 기분이 함께 찾아온다. 예전에는 이게 그냥 내 성향이겠거니 했는데, 이런 내 기분과 감정이 주변에 대한 태도가 되면서부터 경각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기분이 내 태도가 되지 않도록' - 어디선가 우연히 읽은 구절인데, 너무 와닿아서 항상 가슴속에 담아두고 내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마다 되뇌었던 것 같다. 난 내가 감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적'이라는 말이 대부분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는 것에 괜스레 억울함을 느끼는데, 그만큼 감정적인 성격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직장에서 '본인의 기분을 태도로 만드는' 상사나 동료를 많이 만났는데, 그들을 보며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내 감정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해왔었다.


나도 처음에는 무작정 감정을 누르기만 했었다.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생겨도 꾹 참거나 그냥 넘겨버리곤 했다. 근데 그렇게 하니 내 감정은, 정신없이 올라가는 블록 탑처럼 불안하게 쌓이기만 하고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지기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 무너짐을 회복하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걸 수년간 계속 반복하다 보니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요즘은 이 방법으로 우울감에 잠식되기 전에 빨리 빠져나오는 것 같다.


방법은 간단하다. 나는 내 우울함을 이제 마주한다. 가끔 우울감이 이유 없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는데, 깊이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우울감의 트리거가 된 원인들이 알게 모르게 숨어있다. 가끔 삶이 너무 힘들다 보면 나도 나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만큼은 나 자신에게 굉장히 솔직해야 한다. 원인들을 마주한 다음, 이 이유들을 어떻게 하면 내 마음속에서 없앨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냥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우울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된다. 예를 들면 난 최근에 중간 정도의(?)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는데 내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했더니 아래와 같은 원인들이 나왔다.



나의 우울감의 원인 4가지

1. 영국으로 워홀을 떠나기 직전 급습한 막연함, 불확실함, 그리고 두려움 (나는 이 감정을 우스갯소리로 '잉글랜드 블루'라고 부르기로 했다.)

2.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가 있어야 하는 지독한 ENFP인데, 어차피 곧 그만두게 될 회사(=내 기준에서는 퇴사가 정해진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음)를 너무 오래 다니고 있음. (물론 이건 팀을 위한 나의 마지막 배려이긴 하지만)

3. 코로나로 너무 많은 것들이 제약됨 - 특히 9시 시간 제한은 너무 가혹하다. 노잼 라이프의 원인

4.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 일이 너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 + 운동 못함 + 먹는 것 콜라보로 열심히 뺐던 살이 또다시 쪄버림.....



그리고 이 원인들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니 사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우울감 원인을 없애는 방법

1. '메리지 블루'가 결혼하면 눈 녹듯 사라지듯이, '잉글랜드 블루'도 영국으로 막상 떠나면 희미해질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 친구, 가족 모두를 뒤로하고 타지에 다시 처음부터 기반을 다지러 가는 거니까 불안함이나 두려움이 없는 게 이상하지. 그러나 나는 나를 믿기 때문에 영국에서 어떡해서든 잘 적응해서 살 것이라고 확신한다.

2. 퇴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힘내자. 마무리 잘 하고 얼른 영국에 가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직업/삶을 찾으면 된다.

3. 이것도 사실 영국으로 떠나면 해결(?) 된다. 영국은 지금 위드 코로나로 사실상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

4. 살도 뭐 다시 빼면 된다........ 조바심 갖지 말고 다시 꾸준한 운동 & 식단....... 넌 정답을 알고 있어 ......



'우울증'이나 '우울한 감정' 자체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가볍게 보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더 깊은 우울감으로 번져서 내가 내 감정에 잠식되기 전에,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그 문제들을 직접 마주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경험치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내 감정들에 대해 정확히 대비하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결국 내 감정은 나만 컨트롤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가끔 찾아오는 우울감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면,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를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은 무엇인지 돌아볼 여유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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