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
이제 ‘육아’라는 말이 낯설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4학년, 만 9세가 됐으니 육아 대신 교육, 훈육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산모 수첩을 처음 받았던 날을 떠올려 본다. 아, 가물가물…… 늘 마음만 굴뚝같았지, 태교 일기도 육아 일기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애석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았던 기억, 슬펐던 기억 모두 조금씩 흐려진다.
10년 전 내 육아 동지는 인터넷 세계에만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주변에 육아 전쟁 중인 친구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해 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라테는~”은 누가, 언제 해도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훨씬 신나는 얘기들뿐이라 늘 조용히 입을 닫는다. 그리고 10년 사이에 육아 트렌드도 많이 달라져서 철 지난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없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지인들의 아가 사진이나 우당탕탕 육아 에피소드를 볼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남의 육아는 다 행복해 보여…… 그 시절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남의 육아를 빌어 자주 옛 생각에 젖어드는 걸 보니 참 행복한 시절이었구나 싶다. 현실은 매일이 지킬 앤 하이드를 오가는 자아 분열 수준의 나날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사는 건 꼭 그렇다. 정말 행복했을 때는 그게 행복인 줄도 모르고 애먼 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이대로 살다 간 뭐가 행복이었는지, 뭐가 소중했는지 영원히 놓칠 것 같다.
내 생애 소중한 순간들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기억해야 한다. 이제라도 흐릿한 기억들을 끌어모아 영원한 기록으로 남겨 보자. 10년 뒤 성인이 됐을 아이가 힘들 때나 지칠 때, 삶이 지루할 때 꺼내 보며 잠시 웃음 지을 수 있도록. 사실 내가 더 많이 꺼내볼 듯하지만.
2024년의 내가
초보 엄마 시절의 내게 보내는
따끔한 일침이자 자아 성찰 일지.
10년의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슬립 육아 일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