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원예 이야기 Gardening Story

뒤바뀐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조화

뒤바뀐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조화, 여성의 자주적 주체적 독립성


식물에 물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식물이 필요로 하는 적당량의 물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식물 키우기는 물주기 3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보통 '나는 식물을 잘 못 키워', '내가 키우는 식물은 금방 다 죽어'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물을 말려 식물을 죽이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물을 너무 자주 줘서 뿌리가 물러 썩어서 죽는 일이 대다수이다.

자신이 식물을 못 키운다고 생각해서 잘 돌봐주려는 마음에 자주 들여다보고 그때마다 물을 줘버리는 것. 식물에 물을 주기 적정한 시기는 보통 겉흙이 말랐을 때 화분 밑으로 물이 빠질 때까지 흠뻑 주는 게 기본이다. 단둘이 사는 딸과 엄마,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인 줄 알았던 그사이에 놓인 심연은 스스로가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영화는 라푼젤 동화를 구연하고 있는 딸 원예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동화 구연 봉사 활동도 하고 작가인 엄마 대신 살림도 챙기는 고등학생 원예는 정작 자신을 보살필 여유가 없다. 엄마에게 시시콜콜 간섭하는 잔소리는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상에 어수룩한 엄마를 지켜주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엄마는 출판 일로 나서면 전화도 안 받고, 술에 취해 오기도 하고, 참 손이 많이 간다. 오늘도 9시까지 들어오라는 자기 말 듣고 오지 않은 엄마를 보면서 베란다의 화초가 안으로 들어 놓는다.


다음날 해장국을 엄마에게 끓여주는 원예, 그러다 자신의 이야기를 엄마가 곧 출판할 책에 실을 거라며 원고를 내밀던 날, 원예는 결국 폭발하고 엄마는 우리 잠시 떨어 있다며 나가 버린다· 카톡을 계속 보내지만, 답이 없는 엄마, 화가 난 딸은 엄마 있는 회사를 찾아갔다고 엄마 동료도 만나고, 자기 돌보는 우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잃어주며 깨닫는다. 엄마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자기가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고, 사과의 의미로 돌아온 엄마에게 만년필을 선물한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이야기가 주제로 상정'되어야만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영화는 그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특정 인물, 특정 서사에 중심을 두고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성 서사가 주가 될 수도 또는 여성 서사가 주가 될 수도 있다. 잘 만든'이라는 말은 이 블로그가 페미니즘이 중점인 블로그인 만큼 당연히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가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뒤바뀐 역할과 여성의 주체적 독립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딸이 보기에 어린아이 같은 엄마와 엄마가 보기에 잘 키우고 싶은 딸, 어린아이 ‘해’ 자와 ‘영’자, 온실 속의 화초처럼 예쁘게 잘 키운다는 뜻의 원예, 우리 모두 해영과 원예는 아니었을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게 만든다.


여성들이 가족이라는 안전 가옥에 갇혀 있어야만 안전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깨뜨리고 싶었다는 감독은 여성, 그들 안에서의 일들을 그들이 스스로 헤쳐나가는 모습들을 비추어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희망을 보여주고 싶으며 힘들고 지쳐있을 여성들에게 희망을 품고 연대함으로써 메시지를 영화 속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참신함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부모가 자식들을 지켜준다고 하며 과잉 보호를 하고 엄마가 딸을 가두는데, 반대로 딸이 엄마를 지켜준다고 하는 부분들이 생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며, 새롭고 신선하여, 가끔 우리가 모두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잘 공감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자연스러운 인물의 감정선, 그리고 이를 통해 당위성을 가지는 장면들, 여성의 주체적 모습과 더불어 여성 서사의 합을 다 함께 끌어낸 드라마이다. 더불어 중간 중간 관객의 집중 도를 높이는 재미있는 딸 원예의 인형극 역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꼭! 한 번쯤은 이 영화 정주행하시길 추천한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영화감상 https://bit.ly/3oVZL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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