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용두동 752-4(2019)

당신의 행복했던

당신의 행복했던, 즐겁던 추억의 물건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계절의 봄처럼 짧았고, 청춘처럼 그 시절로 여행하게 만든다.


월급 날 아버지가 사 오던 누런 봉투, 이불 깊숙이 아버지의 밥 공기를 넣어 놓던 어머니, 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보던 한 지붕 세 가족. 지나온 추억은 아련히 떠올라 밤잠을 뒤척이게 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발판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가 보낸 추억에 관한 이야기며, 현재를 살아가고 견디고 잘 지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계절의 봄처럼 짧았고, 청춘처럼 그 시절로 여행하게 만든다. 이사는 우리에게 추억의 지난 물건들. 그 당시에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소중했지만, 이제는 여기서 더는 필요가 없는 물건을 버리는 아픈 순간을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쉽게 그 물건을 내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엄마 경숙은 딸 지수의 아이를 돌보다가 거실로 나온다. 경숙은 할머니가 살았던 집 안에 있는 오래된 장롱이 애착이 많다. 딸 지수에게 가져가면 어떠냐고 하지만 이미 지수에게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장롱, 경숙은 가족들의 반대도 무릅쓰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집에 남아있는 장롱을 처분하기 위해 자식들과 함께 용두동으로 간다.


용두봉에 도착한 가족들은 고물상이 도착하기 전에 장롱을 꺼내다가, 엄마 경숙의 발목의 다치게 된다. 아들이 약을 사러 간 순간에도 엄마의 시선은 장롱, 시집올 때 엄마가 해준 장롱에 애착이 크다. 고물상이 도착하고, 고물상은 장롱의 가격을 묻지만, 가격이 필요 없다며, 팔지 말고 잘 보관해달라며 오히려 돈을 주는 경숙.

경숙은 비롯해 재개발로 이 집을 떠나지만, 누군가 이 집에 침입하는 것을 싫어해서 손에 든 열쇠를 대문을 잠그고는 안으로 던져버린다. 추억이란 쉽게 남에게 넘겨줄 수 없는 일이다.


감독이 20대의 절반을 보낸 용두동 집이 재개발로 허물어지기 전에 영화로 기록하고 싶은 맘이 경숙을 통해서 잘 나타난다. 그럼에도 경숙은 떠나는 걸 알기에 자신의 추억이 누군가 에게 훼손되고 더럽혀지는 것이 싫다. 세상에 절대적인 옳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거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 다른 사람의 객관적 시선에서 전혀 다르게도 보일 수 있다. 그 시절의 언니나 엄마, 실은 누구 하나 더 잘나고 더 못날 것이 없다.


다만, 영화에서 다소 아쉬운 것은 경숙의 진짜 맘을 우리가 쉽게 알기에는, 젊은 이들, 가족들이 알지 못한 채 영화는 아쉬운 채 끝난다. 경숙은 딸 지수와 아들을 통해 그 맘을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하지만 우린 영화 속의 지수와 아들처럼 그 뜻을 쉽게 이해 못 한 감정의 몰입 부분이 아쉽다. 영화의 진행을 가족과의 갈등과 해소에 집중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 이사하면서 버린 내 추억의 물건들이 생각난다. 그 물건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하는 그리움이 스며든다. 추억의 물건들이 보고 싶거나 그리운 분들에게 이 영화 정주행을 추천해 드린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영화감상 https://bit.ly/2OeDj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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