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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 덕산식구 대피소

훈풍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기쁠 때, 슬플 때나 우린 가족


미우나 고유나 뗄레야 뗄수 없는 가족, 누구보다도 서로를 위하는 맘이 크고 

편하고, 서로를 잘 알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서 섭섭하고, 서운하고, 미운 맘이 더 잘 든다. 코로나로 모두가 시름에 잠겨 있는 이 꽁꽁 얼고 있는 시기에 따뜻한 훈풍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지금처럼 마음이 허전할 때는 보면 좋은, 가족이라는 키워 등 맞는 따뜻함과 코믹함을 제대로 버무려 풀어놓은 가족 휴먼 코믹 영화이다. 이 영화 밝음 분위기하고는 웬지 거리가 멀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안감, 리얼 현실 재난을 보여주며, 가족에 대한 사랑, 휴먼, 그리고 코믹이 잘 드러내며 영화는 가진거 없고 비밀 없는 언덕이 없는 그들이 생활을 미화하지 않고, 걸쭉한 욕설도 오가면서 시종일관 밝은 톤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고층 아파트와 마주하고 있는 수십 년이 넘은 낡고 오래된 집에서 사는 수인은 낡은 집을 버티고 있는 얇은 기둥이 무너질까 두렵다. 가족들에게 이사를 하거나, 기둥을 새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무시를 당한다. 컴퓨터로 인터넷 장기를 두며 욕을 하는 할아버지,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기흉 환자 동생 경덕, 집안의 문제가 있다면 쥐가 있어서라고 하는 엄마, 유일하게 기둥에서 쥐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믿어주는, 수인의 말동무와 멘토인 삼촌, 이 가족은 수인의 불안감과는 달리 편안하고 태평하다. 오후 4시면 모두 잔다는 걸 안 수인은 안방에 받쳐 있는 기둥을 없애고자 계획을 세우지만, 대학교에서 연락 온 재적 통보 때문에 엄마에게 빗자루 세례를 맞고 쫓겨났다가, 군대에서 휴가 나온 첫사랑을 어이없는 상황에 만나고 그만 눈물을 쏟는다. 동생 경덕의 유학 기념을 위해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한 가족은, 수인이 없는 동안 엉망이다. 엄마는 전기 코드를 빼먹고, 밖에서 먹으려고, 번개탄 냄새로 콜콜 대는 동생 경덕, 고기를 사 오라고 했더니 갈비를 사 온 삼촌 모든 것이 엉망이고, 기흉이 안 좋은 동생 경덕이 쓰러지고, 이때다! 하는 맘에 수인은 안방으로 가서 기둥을 빼고, 손을 하늘을 받치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손을 놓고 밖으로 도망가는데, 이 집 정말 무너지지 않을까? 수인은 집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정말 이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수인의 맘에서 불안하게 기둥을 바라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집안의 식구들의 코믹 요소도 있어 많이 웃을 일도 많지만, 왠지 모르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다. 기둥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서 아닐까? 그래서 정말, 이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하는 재난 대피 상황이 그려진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집이 무너진다며 나오는 에디뜨 피에뜨의 Non je ne regrette(저는 주저하지 않아요) 가족을 감싸는데, 우리가 기대와는 달리 집은 멀쩡하다. 신하연 감독의 의도처럼 기둥이 무너져도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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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t.ly/3rqcJ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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