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집 없는 가족의 이야기
<홈>은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집 없는 가족의 이야기다. 어쩌다가 집이 없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명이 없어도 우리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가장이 실직했거나 사업을 말아 먹었거나. 아니면 사기를 당했거나. 집이 없는 진성은 아들(서진)과 딸(서연)을 봉고차에 태우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 아이들은 짐 칸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서진은 차에서 먹고 자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별 불만이 없다. 서연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아파트를 동경한다.
어느 날 서연은 아파트 단지에서 또래의 초등학생 진영을 만난다. 진영은 집에 아무도 없다면서 서연을 집으로 초대한다. 서연은 푹신한 소파에서 폴짝폴짝 신나게 뛰어본다. 잠시 후 진영의 어머니가 귀가한다. 처음 본 서연에게 어디 사냐고 묻는다. 어른들에게 있어서 타인을 파악하는 가장 빠른 길은 그가 어디에 사는가 하는 것이다. 이름, 직업, 꿈 이런 것들이 아니라. 서연은 옆 동에 산다고 거짓말을 한다. 서연은 언제부턴가 세상의 어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다음날 진영과 서연은 다시 만난다. 오빠를 잘 챙기는 서연은 오빠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서연 남매가 진영의 집에서 놀고 있는데 진영 어머니가 귀가한다. 이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그녀가 집안의 귀걸이가 없어졌다면서 남매를 의심하고 다그친다. 집에서 쫓겨난 길가에 나란히 앉아서 울먹인다. 하편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아버지는 다시 이들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 낡은 봉고차는 결국 폐차된다.
오래전 인류는 생존을 위해 떠돌아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농사짓는 법을 알게 되고 더 이상 사냥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정착 생활이 시작되었다. 물론 지금도 지구 상에는 소수의 유목민이 있긴 하다.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인구가 늘게 되었고, 일의 종류가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질서(법)가 필요해졌고, 법을 집행하고 다스리는 사람이 나오게 되었다. 정착 생활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물리적인 ‘집’은 안정된 정착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구조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은 자신의 지위와 부를 드러내는 구조물로 변했다. 가진 자들은 더 넓고 높은 곳에 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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