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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영화제 대상 <오월> 방성수 감독 인터뷰

제5회 5.18영화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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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영화제 대상 <오월> 방성수 감독 인터뷰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연휴 중 전주의 날씨, 그러나 한 줄기 빛이 있었다. 이번 ‘제5회 5.18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단편영화 <오월>을 연출한 방성수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그 빛줄기를 볼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전주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전주로 올라와 주신 감독님을 만날 때 먼 길을 와주신 그로부터 깊은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아픈 역사를 다루되 이를 사려 깊으면서 여타 영화들이 충격을 주며 신파조로 흘러가게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여기에 오랫동안 3D 시각효과를 전문으로 다뤄온 방성수 감독은 그 기술 역시 영화에 사용하면서도, 역시나 그를 과시하는 식이 아니라 드라마와 역사에 정서적으로 매칭하는 식으로 연출하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과거 독립군 출신인 가족의 뿌리부터, 멀리 전남 광주에 산다는 지역적 한계와 부딫히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하였다. 하나의 빛이 여러 색깔로 분열되는 스펙트럼과 같은 그 삶이 이처럼 다방면에서 성숙한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얻을 수 있었다. 방성수 감독님의 말대로 사람부터 세상까지 성숙하게 만드는건 기다림과 같은 시간인게 맞나 보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아쉬움과 함께 들었던 생각은 ‘제임스 카메론’, ‘로버트 저메키스’, ‘김용화’ 감독의 영화들처럼 테크놀로지를 스토리와 감성에 맞춰 사용할 줄 아는 그의 다음 마법을 기대될 뿐이다. 비록 VFX 작업에 당분간 집중하겠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가 연출한 다음 영화가 보고 싶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 20년 정도 시간 동안 3D 콘텐츠 제작 실무에서 계속 일을 해왔습니다. 제가 3D 콘텐츠 일을 하게 된 어떤 이유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꿈에 관련있어요. 저는 광주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과 디자인과를 공부했습니다. 보통 디자인과라고 하면 그때 당시 수업에서 물감으로 구성이라 불리우는 어떤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주 학업의 목표였죠. 그치만 저는 그때부터 그런 틀에 박힌 입시 미술이 싫어했고, 오히려 조형물을 만든다든지 색다른 저만만의 세계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는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좀 어려웠고, 그렇다면은 3D 애니메이션으로 내가 직접 혼자서라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가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영화감독이라는 그 꿈을 계속 꺼지지 않는 촛불 렌턴처럼 마음 한구석에 항상 간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이번 좋은 기회가 생기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을 키울 수 있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오월>은 제가 처음 연출한 작품이지만, 또 이렇게 영광스럽게 좋은 상을 수상하게 된 그런 5월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오월>로 첫 번째 연출을 한 영화감독 방성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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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VFX 3D 작업에 참여하신 작품으로 어떤 작품이 있나요?)

-3D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영화 VFX 쪽에도 관심을 갖고 그 쪽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쪽에 VFX 일을 한 적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제가 광주에서 일을 하고 있어 그 지역성 때문에 영화 VFX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가 3D를 전공했지만, 제가 젊었던 20대때는 영화 관련 VFX를 전문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쪽으로 가기 위한 길들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홍보 및 CF 영상들에서 주로 작업하였습니다. 그 외 미디어 융합 콘텐츠를 제작하는 “브이집(VZIP)”과 함께하여 3면 벽면에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등의 실감 미디어 아트들도 만들었습니다. (하단 링크 참조)


실감영상(IF) 울산 현장 설치 영상입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WsR6NIHvMH4

미디어아트모형(MARS) : https://www.youtube.com/watch?v=oRCB-fAf2kg


https://tv.kakao.com/v/455055995


2. 작품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오월>의 아이디어는 참 여정이 길었습니다. 제가 전부터 영화를 찍었던 사람이 아니었고 항상 영화에 대한 갈망과 관심은 있었지만, 영화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기에, 이번 작품으로 첫 영화 연출을 하기까지 많은 시련들이 있었습니다. <오월>의 시작은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으로 연락을 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하여 지금 학생 세대들에게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자 하여 미팅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렇게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기록관을 방문하였고, 기록관의 3층에 있는 영상실에서 오래된 다큐멘터리 영상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역사의 어떤 사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기록 영상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지금 청소년들 심지어 일부 대학생들 중에 5.18에 대해, 그런 어떠한 역사에 대해 그런 일이 있었냐고 할 정도로 모르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학생들한테 뭔가 친숙한 방법으로 5.18이라는 어떤 역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기로 하면서 단편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제안을 했고,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부터 쓰기 위한 기획들이 이뤄지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을 이번 단편영화에 접목시켜 보기로 하였습니다. 기존의 단편영화에서 자주 할 수 없던 요소는 물론 VFX겠죠.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또 제 주변의 동료들과 같이 하면은 청소년들한테도 친숙하면서 재밌어 보이는 5.18에 대한 단편영화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3D 애니메이션 VFX도 무한정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평소 눈여겨 보던 레퍼런스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속의 달리는 열차 애니메이션 장면들을 떠올렸어요. 그 장면들에서 프로즌 모션(Frozen Motion: 카메라가 일시정지된 3차원 피사체나 그래픽의 움직임 한 순간을 이동하며 촬영하는 듯한 영상효과를 주는 3D VFX) 기법이 쓰였는데, 그 기법을 한번 적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그 세계에 빨려 들어가듯이, 입체적인 3D 캐릭터를 스쳐 지나가며 보여지는 세계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과거로 직접 타임워프를 하듯이요. 그렇게 기획이 이뤄졌고 그것이 <오월>의 컨셉의 시작이었습니다.


3. 모녀의 이야기로 컨셉을 잡으신 의도도 있었나요?


-과거로 과거에 시간 여행을 한다는 아이디어가 시작이었고, 그렇게 시간여행을 하면은 그때 당시에 대한 설정들, 그 당시의 어떤 그런 이야기나 역사들, 증언들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요. 이어지고 있다면 그 어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그 목격이나 증언, 증거들을 계속 이어나가고, 그렇게 현재까지 이어져야 됐습니다. 모녀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측면에 있었습니다. 5.18 때도 마찬가지고 최근도 마찬가지지만은 어떤 민주화 운동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성별은 여성이라고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요. 5.18 전면에서는 죽고 사는 문제였기에 남성들이 나서서 피를 흘렸지만 그 이면에는 가두방송을 한다든지, 주먹밥을 지어준다든지, 부상자를 치료한다든지 이런 모든 게 다 여성이었습니다. 또 기독교 병원에서 헌혈이 필요하다고 외치거나, 방송을 듣고 거리로 나와 줄을 섰던 400명이 넘는 사람들 대부분이 모두 여성이었어요.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의 정신 가장 밑바탕에는 여성의 그런 희생들이 있었기에, 그 측면에서 여성, 모녀를 포커스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자 지금 현재 어머니, 그리고 앞으로 미래의 어머니가 될 딸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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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녀 역의 김보배, 이유주 배우 캐스팅 과정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예산 문제로 인해 배우분들을 광주로 모시며 대대적인 오디션을 실시할 수 없었고 또 저도 오디션을 봐본 적도 없어 배우들이 실제로 어떻게 연기하는지 눈앞에서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제 이 프로덕션을 맡아준 “청춘 기획”에서 오디션 공고를 내주었고 수 백명의 지원접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역할별로 최종 5명씩 프로필과 연기 영상을 받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원자분들의 연기 영상을 일주일 정도 보면서 과연 이번 영화에 매칭이 잘 되는지 이들이 서로 한자리에 모였을 때 정말 가족처럼 보일지에 주안점을 두며 하루종일 표정, 연기 하나하나를 열심히 보고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마치 머릿속으로 섀도우 복싱하는 것 같았죠. 그렇게 결정된 분들 중 김보배 배우님의 경우는 너무 과하지도 않으면서 외모도 연기 스타일도 극적이셨습니다. 마침 배우님께서도 자신이 전남 해남군 출신이시고 공고에서도 5.18을 소재로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이목이 갔고, 마침 어머니한테도 얘기를 했더니 참 좋은 작품인 것 같다고 격려받아 출연을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특히 시나리오를 보시고 마침 자신도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이런 뜻 깊은 영화에서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말씀하셨죠. 마침 지금 “민주의 광장”인 도청 앞에 촬영하기 위해 도착하셨을 때 진짜 역사의 현장에 온 것 같다는 감명을 받았다고 말씀하실 때 저도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배우님도 촬영하면서 몰입이 잘 됐던 것 같습니다. 아역배우의 경우는 되도록이면 광주에서 뽑고 싶었습니다. 아역배우 특성상 집으로부터 먼 곳에 촬영하면 더 힘들할테니까요. 그치만 공고를 만나게 된 이유주 배우님은 서울에 사시는 배우분이셨는데, 어머님께서 항상 같이 계시서 매니저처럼 도와주시는 점도 있었고, 마침 유주 배우님께서도 의외로 정말 너무 프로페셔널하셨어요. 어떨 땐 정말 장난스럽다가도 큐 사인 들어가면 바로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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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18(역사)와의 타임워프 매개체로서 사진과 카메라, 그것도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선택한 의도가 혹시 있었나요?


-사진 카메라는 어떤 현장의 한순간을 찍어내는 거잖아요. 마침 프로즌 모션 기법을 도입하고자 한 의도와 매칭이되면서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저는 저희 할아버지를 살아생전에 만나보질 못 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할아버지께서 독립군이셨고 광복 직전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광복이 돼어 귀국하셨는데 독립운동가로서 어떠한 활동을 인정받지는 못하셨대요. 대신 할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활동기를 수첩에 적어놓으셨대요. 저는 그런 수첩이 있었는지 몰랐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그 수첩을 저한테 보여주시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할아버지께서 직접 자필로 쓰신 노랗게 바랜 이 수첩의 갱지가 오랜 세월 흘러오면서 제가 받아보며 진실을 알게 된 거잖아요. 필름 사진 카메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그 당시 있었던 어떤 사건, 어떤 진실을 필름 카메라로 찍으면 현상을 해야 되는 과정이 있어요. 기다림이 있는 거죠. 그 당시의 대다수 사람들이 5.18 직후에도 그 진실을 알지는 못했잖아요.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고 그러기까지 기다림들이 있었죠. 그 기다림 속에서 어떤 진실을 보존하는 것이 필름 카메라와 같다고 생각을 했었죠. 또 한 가지 이유로는 지금이 디지털 시대니 AI나 딥페이크를 통해 얼마든지 변형을 할 수 있잖아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진 시대죠. 그치만 필름 카메라는 변형이 안 됩니다. 즉, 진실이 바뀌지 않아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그 진실이 밝혀졌을 땐 그 진실은 변하지 않는 그 진실인 거죠. 그러한 의미에서 필름 카메라를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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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18 장면을 표현해낸 3D VFX 애니메이션 씬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만큼 기술적인 어려움이 없었는지 제작비화 부탁드립니다.


-3D VFX 기술에서보다는 1980년 금남로를 구현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3D로 그 공간을 재현하려면 사진 이미지, 시청각 자료 등 많은 자료가 필요하거든요. 특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시간을 워프하는 역할을 해주는 시계탑이었습니다. 특히 시계탑이 민주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되다 보니 그 정신을 훼손하고자 정권에 의해 농성동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 복구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모습 정보들이 많이 필요했어요. 도청의 모습도 마찬가지였고요. 예전에 영화 <화려한 휴가>(2007)를 찍었던 세트장이 있어 그에서 얻을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져죠. 다행히 그 영화를 찍었던 당시에 사람들의 블로그에 많은 사진들이 남겨 있었고, 기록관으로부터 받은 사진 자료들도 있어 서로 비교하고 보충하면서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고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간판의 위치, 간판의 색깔, 건축물의 위치, 버스 정류장, 화단, 분수대까지 당시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진들을 참고하여 저희가 직접 다 재현해냈습니다. 그 다음 새로 어려운 점에 봉착한 부분은 아역 배우를 크로마키하는 작업에서였어요. 유주 배우님이 사진찍는 포즈를 취하는 장면에서는 배우님 부분만 실제고 나머지는 크로마키 촬영해서 3D로 그린 배경을 합성한 거예요. 그 외 다른 요소들은 전부 풀 3D이기 때문에 저희가 원하는 대로 샷을 찍을 수가 있었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서로 잘 붙으려면 좀 현실감이 있어야 되니 실물인 시계탑을 스캔해야 했습니다. 근데 야외에서의 스캔하려면 햇빛이 쨍쨍 비치는 밝은 날에서 하면 안 돼요. 왜냐하면 피사체 물체에 라이트가 들어가면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에 라이트를 가상으로 설정을 하려 할 때 두 개의 라이트가 혼동이 돼요. 그래서 흐린 날을 날을 잡아 간접조명만으로 스캔을 떠야 됩니다. 마침내 흐린 날 구름 낀 날 스캔을 뜨러 갔는데, 촬영 배경인 시계탑이 굉장히 높더라구요. 탑 3층부까지 스캔을 뜨려면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라이다 센서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거리가 모자라는 문제에 봉착했죠. 그래서 폴대를 6개나 연결을 해서 그 맨 끝 위에다가는 셀카봉을 묶어 그에 폰을 달아 스캔하는 시도를 하였는데, 그게 정말 무거웠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스캔을 떠냈습니다. 그게 물리적으로 힘들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이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어렵지 않았습니다.


7. 5.18과 같이 깊은 트라우마가 있는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여타 영화들이 충격을 주면서 신파적이고 교조적으로 연출되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그를 배제하고 한 개인의 이야기로서 객관적이고 사색적으로 연출된 점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연출하면서 유의하신 점이 있었는지?


-저는 어렸을 때부터 광주에 살았으니까 5.18에 대한 잔인한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5월 18일만 되면 참혹하게 죽은 시신들의 사진부터 대자보까지가 거리에 걸리고 그것들을 보고 자랐지만, 제가 어렸을 때니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직접 겪었던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있을까요. 또 이런 폭력적인 장면들은 이전에 많은 다큐나 영화 등 콘텐츠에서보여주었고, 또 이제는 그런 어떤 충격을 주거나 교훈을 주려는 방식을 지금의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시작하는 게 싫었습니다. 물론 5.18이라 실제했던 역사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당시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희생한 사람들의 그 의지인데, 그것이 어떤 충격적인 이미지로 인해 희석되고 결국 사람들한테 민주화 운동 정신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씬에서 일부러 피 흘리는 순간들을 배제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필요하게 조금만 피를 보여주는 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마침 그 순간 장면을 보면은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가 딸이 죽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손녀를 안고 담담하게 보고 있는 장면에서 통곡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담담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통곡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내재된 감정을 표현을 하고 싶었고, 주인공 어머니가 시간여행에서 빠져나왔을 때, 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았을 수 있지만, 눈물 딱 한 방울 흘리면서 마무리 짓습니다. 자신이 어머니가 죽은 장면을 목격하였으나 기억이 없지만 마침내 그 공간에서 서면서 회상이 된 거죠. 이를 절제된 슬픔으로 담담하게 그렸는데, 지금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고자하는 의도로 그렸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5.18 유가족들도 단지 희생가 아니라 그때 그런 일을 겪고 트라우마를 얻었음에도 그에서 계속 벗어나려고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점은 그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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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촬영 중 기억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있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촬영 날이었는데, 마침 영화에서 과거로 워프하는 시계탑 시간이 5시 18분으로 나옵니다. 이는 저희가 의도한 게 아니었어요. 원래는 도청 앞을 배경으로 설정하였는데, 사전 답사 갔을 때와는 달리 하필 촬영날에 리모델링 공사 복원 공사를 하면서 펜스가 쳐져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 배경을 쓸 수 없어 시계탑 앞에서 워프를 하는 것으로 급하게 변경하였습다. 그날 마침 또 비가 비가 또 떨어지는 거예요. 더 이상 비가 오면 안 되는데 하며 조마조마해 하며 과거로 워프하는 회상신을 촬영하는데 딱 마침 5시 18분이 된 겁니다. 그 민주의 광장 시계탑이 5시 18분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시나요? 저도 광주에 거의 평생을 살았지만 몰랐던 건데, 그 시간이 되면 시계탑에서 종이 울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근데 마침 영화에서도 그 시간에 촬영하면서 그대로 녹음된 거예요. 그래서 극중 흘러나오는 음악은 라이브로 녹음한 것입니다. 오히려 저희가 마치 과거로 위프하듯이 종이 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르자 모두가 소름이 돋았습니다. 엄청난 우연이었죠. (웃음) 그 옛날 도청 앞에 금남로에서 많은 분들이 희생되셨는데, 그분들의 영혼이 도와주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와 함께 이어서 보배 배우님이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마침 구름이 껴 아역배우 크로마키를 뜨는 작업을 마쳤는데 막 비가 이제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어요.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잘 안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의도치 않게 안경이 빗방울이 떨어져 맺히게 됐어요. 딱 장면과 어울리게 나오고 마침 종도 울리고 있어서 그때가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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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18을 비롯해서 마침 다시 재조명되는 제주 4.3사건 등 아직까지 진행중인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의견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제주 4.3 사건도 그렇고 5.18도 그렇지만 그 역사를 폄하하고 훼손하고 진실이 왜곡되는 어떤 그러한 일들이 계속 과거부터 있어왔죠. 또 이는 사실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지난 12.3 내란 사태에서부터 계속 앞으로 써내려갈 역사를 계속 변형하고 훼손을 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죠.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바로잡고 법을 통해 바로잡고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일이죠. 그런데 그 정치인들은 국민이 뽑는 것이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결국 국민이 그걸 바로 잡는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저 혼자서 그 많은 역사적 문제들을 바로 잡을 순 없겠죠.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처럼 영상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영화를 통해서 그 진실들을 알리고, 또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표현하고 연출해내는 일들이 제가 역사에서 일조하는 거 아니겠냐 하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갖고 투표를 잘 해야겠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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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작품에 사용하신 촬영 카메라와 편집 프로그램은 어떤 것을 쓰셨나요?


-카메라는 소니 FX3와 소니 A7S3로 촬영했고, 편집은 파이널 컷으로 하였습니다. 총 카메라 3대를 사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여건 상 짧은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되니, 카메라 한대로만 촬영을 하다가 잘못되어 촬영본이 날아갈 수 있는 사태를 대비해 서브가 필요하잖아요. 또 처음에는 이렇게 연출할 생각이었으나 촬영본을 보고 좀 필요하면 바꿔야 되는 부분도 생길 수 있을때를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11. 이번 5.18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어떠신지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첫 번째로 연출한 영화인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5.18 영화제를 기획하신 모든 분들과 심사위원분들께서 너무나 큰 감사를 전합니다. 제가 무대에서 미처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지 못한 분들이 계신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프로덕션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신 청춘 기획의 조수현 카메라 감독님부터 박재형 팀장님, 각본을 써준 최현준, 3D VFX 애니메이션 파트를 맡아준 스텝들까지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고 감사드립니다. 5.18 기록관에 저를 이렇게 소개시켜 주시며 기획이 이뤄지게 해주신 “주식회사 글리제”의 박호영 대표님에게까지 감사를 드리고, 그리고 제가 영화를 만드는 동안 독박육아를 하며 고생해 준 저희 와이프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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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영화제를 기획하고 온라인배급을 해주는 씨네허브 컴퍼니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씨네허브 컴퍼니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방면으로 단편영화들을 상영하고 소개하며 영화제를 개최해주는 걸 굉장히 높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년부터 계속 업으로 삼아오고 있는 프로들에까지 상영의 기회를 주며 계속 그 범위가 확장되 가는 것으로 보이고요. 5.18 영화제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크게 번성하지 않을까, 더 확장되지 않을까, 더 명예있는 영화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고생해주시는 씨네허브 대표님과 관계자분들한테 너무 감사드립니다. 단 한 가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보면 <러브, 데스 + 로봇>처럼 단편영화를 모아서 한 편의 콘텐츠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구요. 직접 제작비를 들여 그와 같은 옴니버스 시리즈를 촬영하고 방영하기 어렵겠지만, 어떤 좋은 단편들을 모아서 OTT에 제안을 하고 이러한 시리즈를 최소 1년에 한 번이라도 주기적으로 방영해주는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하나의 큰 주제를 가지고 보급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런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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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차기 계획과 함께 마지막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은 장편으로, 5.18 민주화 운동부터 시작해 87년 6월 민주항쟁까지에서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을 사람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실은 <오월>이 2부작으로 처음에 기획이 됐었는데 그때 같이 구상한 프리퀄 격인 작품이라 보시면 되요. 사진기자가 꿈이었던 그 여대생과 같은 꿈을 바라보고 같이 응원해 주는 남자친구가 사랑을 꽃피우고 결혼을 하고, 여자는 어머니이자 기자가 되고 남자는 아버지이자 사진관을 운영하게 되다 5.18을 맞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오월>에서 어머니의 사진들이 어떻게 현재까지 전승이 되었을까, 어떻게 딸에게까지 이어져 왔을까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런 역사나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K-좀비 콘텐츠에도 관심이 있어 그도 만들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영화 VFX쪽으로도 도전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제작비가 많이 투여되는 고퀄리티의 VFX가 필요한 작품 연출이라면, 제가 직접 했다가는 오히려 망칠 것 같고요. (웃음) 그래도 이제 저도 어떠한 감독 역할을 해볼 수 있겠죠. 영화감독들이 VFX의 과정이나 절차를 잘 모르고 어려워하니, 그 분야를 직접 할 수 있는 입장에서 VFX가 들어가는 장면들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가 있고 어떻게 연출할지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예산과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겠죠. 그렇게 더 많은 활동을 해볼 수 있길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위해 멀리서 와주시고 고생해주신 우리 기자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씨네허브가 더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배급해주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마지막 인사 한마디로는 글쎄요...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되면 안 될 것 같은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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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동준(비커밍레이미프로덕션, 씨네허브 컴퍼니 운영진,

leedsis@hanmail.net)


출처 : 씨네허브 https://www.cinehub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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