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날
아이가 어렸을 때는 옹알이, 뒤집기, 기기, 걷기, 말하기 등 놀라운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그런데 좀 크고 나니 혼자 할 줄 아는 것들이 많아지기는 해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말 그대로 혼자 해내는 일이기 때문에 학예회나 참관수업 같은 이벤트가 아니면 직접 보고 감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눈물이 핑 도는 사건이 있었다. 숭이가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번 줄넘기 에피소드에서도 말했듯이 누구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혼자 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라 이번에도 우리가 밀어주는 걸 거절했다. ’또 한참 걸리겠구나 ‘ 각오하고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다녀왔다. 20여분 자리를 비웠다가 공원에 돌아왔는데 숭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게 아닌가!
보호장구를 하고 긴장과 신남이 섞인 표정으로 타고 있는 숭이를 보자 눈물이 차올랐다. 과장 좀 보태서 처음 걸음마를 뗐을 때만큼이나 감동이었다. 나는 숭이가 자전거를 멈추자마자 달려가서 안아주며 “갑자기 이렇게 잘 타? 너무너무 장해!”라고 말했다. 숭이의 얼굴은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말 그대로 빛났다.
엄마아빠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말에 따릉이를 빌려서 함께 탔다. 앞서 가는 숭이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왠지 슬프기도 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한 번 휘청이다 넘어졌을 때에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한 걸 참고 일어나기를 기다려주어야 했다.
주변에서 3학년이 되면 아이의 혼자만의 세상이 확고해진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지금처럼 주말마다 당연하게 엄마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놀러 나가거나 집에 혼자 남아있겠다고 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그래서 2학년인 올해 휴직을 하고 숭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아이를 조금 놓아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게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것이 이토록 큰 울림을 준 이유가 아닐까?
앞으로 몇 번의 성장 이벤트를 함께할 행운이 허락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어떤 일을 해냈을 때, 엄마아빠와 나누면 가장 기뻐해줄 거라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오늘을 ‘자전거의 날’로 만들자고 주접을 떨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