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나 반가운 K-초딩의 전통
우리 부부가 초등학생이었던 200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요즘 애들은 다르네~ 싶다가도 가끔 내가 알던 그 문화를 여전히 즐기는 걸 볼 때면 그래 초딩은 초딩이지~ 하며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중 라떼에서 지금까지 이어진 반가운 전통 놀이들을 적어 보고자 한다. 이거 다 알면 우린 같은 세대!
-쎄쎄쎄
숭이가 7살 무렵 친구들이 '푸른 하늘 은하수(정확한 곡명은 모른다)' 쎄쎄쎄를 한다며 물어보길래 알려줬다. 처음엔 기억이 날까 싶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뒷부분 가사는 역시 ”토끼 세마리~ 한마리는 구워먹고, 한마리는 튀겨먹고, 한마리는 도망간다. 서쪽 나라로~“
-유치하고 더러운 가사의 노래들
어느날 숭이의 공책에서 '밥 먹을 때 생각나는 후라이 똥튀김'이라는 낙서를 보았다. 그러자 내 입에서는 자동으로 "설사에다 비벼먹는 카레라이스~" 노래가 나왔다. 몇 살 때 불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입에서는 자동으로 다음 가사가 출력된 것이다.
같은 예로 "일 일 일초만에 태어나, 이 이 이만원을 주워서, 삼 삼 삼계탕을 먹고서~" 시리즈가 있다. 이 노래는 내가 어릴 때에는 좀더 반일감정과 비속어가 섞여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구전 과정에서 순화된 듯했다. 마지막이 '구 구 구급차에 실려가, 십 십 십초만에 꾀꼬닥'인 건 그대로지만.
-쉽고 빠르게 그리는 해골바가지
'아침먹고 땡, 점심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 (사진으로 대체)
*이건 나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던 유치원 선생님이 알려주셨다는 거로 보아,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아랫세대에 열심히 전통을 물려주고 있는 것 같다.
-재생산을 강요하는 문자메시지
'이 문자를 보고 1시간 내에 10명에게 보내지 않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깁니다' 류의 메시지가 있었더랬다. 흑백 폴더폰을 쓰던 라떼는 한 달에 보낼 수 있는 문자 개수도 한정돼 있었는데 그 아까운 문자를 저런 말도 안 되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 10개나 썼었다.
그리고 얼마 전 숭이에게서 '이걸 20명에게 보내면 귀여운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어!! 이건 Apple, Galaxy의 공식 메세지야!'라는 진화한 버전의 사기문자가 도착했고, 나를 비롯한 숭이의 가까운 어른들은 이 문자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같은 내용으로 답장해준 착한 이모들, 애플인지 갤럭시인지부터 확인해보라던 고모, 각종 리액션으로 답변해준 모두에게 감사를..
*숭이는 애플인지 갤럭시인지 메시지 요정의 장난인지 모를 이 문자를 20개씩 보낸 후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급기야 본인이 더욱 섬뜩한 문자를 만들어 보급했다.
20년 가까이 완전히 잊고 있던 이런 순도 100% 장난들을 내 아이가 하고 있을 때 그토록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이와 같은 장난을 공유할 수 있어서? 잊고 있던 예전의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서?
복합적인 이유겠지만 자기들만의 문화를 엄마도 알고 있다는 걸 밀어내지 않고 그저 신나게 함께해준다는 게 가장 기쁜 게 아닐까. 그래서 중고등학생들의 문화는 빠르게 바뀌어도 초딩들의 문화는 계승이 가능한 게 아닐까.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이 공유의 시간을 아이가 허락해주는동안 더 기쁘게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