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숭가족: 34살 부부와 10살 아이의 이야기-2

빈 둥지 증후군

by 난사람

'빈 둥지 증후군'의 정의라고 한다. 나는 어이없게도 아이가 3학년이 된 이후 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90% 이상 내 손으로 아이를 키워 왔다.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는 10%의 시간에도 거의 내가 함께했으니 아이의 시간에는 늘 내가 있었다. 솔직히 내 인생에서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이의 인생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작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준비하는 것만 조금 도와주면 아이는 혼자 등교했다가,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4시가 넘어 집에 돌아온다. 하교 후나 주말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놀다 오기도 한다. 분명 너무나 꿈꿔오던 자유인데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들었다. 아이는 학교에, 남편은 회사에 가고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10년 동안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이었던 '엄마' 역할이 한순간 필요 없어진 허전함이 밀려왔다. 이때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빈 둥지, 빈 둥지, 빈 둥지... 그런데 이 단어를 반복하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둥지는 비어있지 않았다. 그 안에는 내가 있었다.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나.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이 시간이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도 좋은 것을 먹이고 여러 가지 경험할 기회를 줄 차례가 온 것 같았다. 완전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장을 볼 때도 웬만하면 아이와 먹을 것 위주로 사고, 뭔가를 배울까 하다가도 아이에게 쓸 체력과 시간을 계산하며 주춤거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나만 좋아하는 메뉴를 점심으로 만들어 먹고, 잔인하고 자극적인 추리소설을 편하게 읽고, 오랜만에 테니스 레슨을 다시 시작했다. 세트처럼 붙어있던 아이와 나는 이제 각자의 길로 걸어가며 조금씩 떨어질 것이다. 둥지에 남아 아이가 날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기보다는 나도 그냥 날아보려고 한다. 오로지 나만의 취향과 취미를 찾는 시간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둥지에 돌아와 나와 너의 시간을 나누는, 또 다른 형태로 즐거운 가족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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