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숭가족: 34살 부부와 10살 아이의 이야기-1

익숙한 듯 그리운 관계

by 난사람

*새해를 맞아 제목을 <33살 부부와 9살 아이의 이야기>에서 <34살 부부와 10살 아이의 이야기>로 바꾸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도 숭이는 내 눈에 귀엽고 아이 같지만 객관적인 '귀여움'이 최대치였을 때는 만 2세에서 3세 때였다. 매일 새로운 말을 꺼내어 신기함과 사랑스러움에 함박웃음을 짓게 하던 때.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씹어 내뱉는 듯한 입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신비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시기였다. 고집부리며 힘들게 하던 기억이 사라진 건 좋지만 그때의 목소리, 포동포동한 살의 촉감, 무해한 웃음까지도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져 아쉽던 차에 친구의 딸을 만났다.


친구의 딸은 숭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34개월 아이였다. 경계가 심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의 첫인상이 그 후의 관계를 결정하기에 요즘 좋아한다는 '개비의 매직 하우스' 장난감을 건네고 멀리서 기다렸다. 결과는 역시 성공! 장난감을 매개 삼아 말을 트고 나니 손도 잡아주고 애교도 부려주었다.


받아줄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기


1박 2일 동안 나, 친구, 친구 딸 셋이 지내면서 그리웠던 과거를 비슷하게나마 체험한 느낌이었다. 곧 죽어도 본인이 직접 우산을 펴야 하고, 자신만의 기준대로 삐뚤빼뚤 걸어가고, 신이 나서 꺅꺅 소리 지르다가 이내 삐쳐서 울음을 터뜨리고,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고마워요" 소리에 감동시키고,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에너지가 넘쳐흐르던 아이와 함께한 시절로 잠시 돌아갔다 왔다. 숭이가 함께 있었다면 배신감과 질투를 느꼈을 만큼 나는 행복해했다.


쪼끄맣고... 귀엽고...


이렇게 내가 주변 어린아이들을 예뻐하는 걸 보면 다들 둘째 생각은 없냐고 물어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린 결론은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숭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숭이가 어릴 때 줬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다른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이번처럼 주변의 귀여운 아가들을 만나는 것으로 충분하다. 친구들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 같이 키우는 즐거움은 놓쳤지만, 연달아 태어나는 조카들을 민나 익숙한 듯 그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음에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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