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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사람 May 17. 2024

삼원숭가족: 33살 부부와 9살 아이의 이야기-6

세상 가장 귀여운 기적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신혼 때 지방에서 같이 일했던 분인데, 50세 정도 된 아주머니였다. 그분은 처음 본 순간부터 '언니'라고 부르라며 벽 없이 다가왔고, 나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리고 끝내 언니라고 불러주지 않았다. 뻣뻣한 20대의 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적당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지낸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나? 아기가 생긴 것을 확인하고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때의 나에게 임밍아웃은 일을 그만두는 이유를 밝히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그 언니 직원은 내 손을 꼭 잡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축하해주셨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예쁜 딸기를 사와 퇴근하는 나에게 건내주며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했다.


'아니, 우리가 가족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감동한다고?'


25살의 나는 임신이라는 게, 아이가 생긴다는 게 얼마나 큰 기적인지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변에서 하나둘 임신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온마음으로 축하해주고 매일밤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럴 때마다 그 '언니'가 떠올랐다. 지금은 나도 그냥 아는 사이인 누군가의 임신 소식을 들으면 감격한다. 아기가 나에게 찾아와주고, 배속에서 건강히 자라주고, 또 무사히 세상으로 나와준다는 게 얼마나 많은 행운이 있어야 하는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다 떠나서 이 지구에 귀요미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게 너무 기쁘다. 좋다. 매일매일 피곤하고 힘든 일상에서 몇 초만에 우리를 웃게 하는 건 귀여운 존재들이니까. 모든 아이들은 귀여우니까.




예전에 누가 아이 태어나는 게 컴퓨터에 새 폴더 하나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다. (결혼하기 전의 남편이 한 말이다. 저랬던 사람이 천하의 딸바보가 될 줄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한 아이가 생기는 건 한 우주가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수만번의 행운을 통해 태어난 우주이다. 절대 쉽게 이곳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 자신이, 내 주변 사람들이, 그냥 모든 사람들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더 귀하게 여기고 다정하게 대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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