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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otion Nov 24. 2024

위스키 맛의 이해

위스키 맛을 표현한다는 행위 자체가 많이 복잡합니다. 잘 표현한다는 사람의 글도 공감대가 맞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왕왕 있습니다. 누군가 깻잎 맛이라고 묘사하면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상상이 안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SWRI의 테이스트 휠

이러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나름의 해결책 또한 이미 나온 상태입니다. 1979년 스코틀랜드 위스키 연구소(The Scotch Whisky Research Institute, SWRI)에서는 위스키 테이스트 휠(Whisky Taste Wheel)을 개발하여 위스키의 풍미를 분류하는데 공통된 표현을 제공하였습니다. 이후 1992년, 위스키 감정가 찰스 맥클린(Charles Mclean)은 SWRI의 테이스트 휠을 기반으로 조금 더 직관적인 버전을 개발합니다. 이 버전이 위스키 매거진에 게재되며 널리 사용되게 됩니다. 

찰스 맥클린의 테이스트휠

이 구분법을 기반으로 묘사되는 위스키의 맛은 8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뉩니다. 각 카테고리는 위스키의 생산공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키워드를 기반으로 위스키 맛을 찾아보며 자신만의 묘사를 할 수 있도록 해봅시다. 

오늘날 위스키 매거진의 테이스트휠




1.     곡물 (Cereal Flavor)

위스키의 원료가 되는 곡물에서 나오는 맛입니다. 고소한 맛으로 풀이됩니다. 


주요 표현

으깬 감자, 구운 감자, 찐 옥수수, 말린 홉, 소시지




2.     과일 (Fruity Flavor)

위스키에서 나는 달콤한 맛이 여기에 소속됩니다. 곡물이 자라는 토양, 미생물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가만히 보면 대충 새콤달콤한 맛이면 전부 과일 맛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요 표현

오렌지, 키위, 레몬, 건포도, 말린 자두, 파인애플, 풍선껌 




3.     풀 (Floral Flavor)

Floral이라고 표기하지만 꽃보다는 보통 허브나 건초 냄새로 묘사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주요 표현

건초, 향수, 섬유유연제, 라벤더




4.     이탄 (Peaty Flavor)

맥아에 피트 처리를 할 때 입혀지는 맛입니다. 보통 약품 냄새나 탄 냄새라고 묘사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아주 드물게 이탄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 곡물을 사용하면 피트 처리를 하지 않아도 피트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주요 표현

아이오딘, 재, 조개, 이끼 낀 물, 모닥불




5.     후류 (Feinty Flavor)

접근하기 조금 어려운 맛입니다. 이름부터 후류(Feints)가 들어가기 때문에 번역하기도 힘들지요. 

증류소에서 증류를 하며 맛의 연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후반부까지 증류를 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 경우 물과 끓는점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분들이 위스키에 추가됩니다. 굉장히 묵직하고 묘한 냄새들로 묘사됩니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점점 사라집니다. 

후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알아봅시다. 


주요 표현 

가죽, 담뱃재, 치즈, 담뱃잎, 새 헛간, 구두약




6.     유황 (Sulphury Flavor)

증류기 내부에서 알코올이 구리와 반응하며 만들어지는 맛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약 냄새로 묘사됩니다. 


주요 표현

화약, 불꽃놀이, 말린 모래, 지우개




7.     나무 (Woody Flavor)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입혀지는 나무 냄새입니다. 나무의 종류, 상태에 따라 입혀지는 냄새가 천차만별이라 폭이 굉장히 넓습니다. 


주요 표현

커피, 카스타드, 스펀지케이크, 연필, 잉크, 시가 상자, 후추, 생강




8.     와인 (Winey Flavor)

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에 숙성하면 입혀지게 되는 와인 맛입니다. 간혹 기름 같은 맛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주요 표현

초콜릿, 버터, 호두, 올리브기름




위스키 맛을 보는 데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조금 더 편하게 찾아낼 수 있는 팁은 드릴 수가 있습니다. 


첫째, 코를 너무 가까이 대지 말 것

잔 입구에 코를 너무 가까이 두면 알코올 냄새에 다른 향이 묻힐 수가 있습니다. 향을 맡을 때에는 잔 입구를 아랫입술 살짝 아래 정도에 두면 적절합니다. 

또한 향을 너무 오래 맡으면 오히려 후각세포가 마비되어 향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므로 적절한 타이밍에 쉬면서 반복적으로 향을 맡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둘째, 바로 삼키지 말 것

가능하다면 혀 전체에 머물게 한 후 삼켜보면 무심코 지나친 숨은 맛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입에 위스키의 질감을 판단하기도 유리하고, 잔향이 더 오래 남아 위스키의 잔향을 판단하기도 쉬워집니다. 




물론 일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술을 마시는 행위는 향락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술을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기왕 맛있는 술을 마신다면 맛있게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위스키 한 잔과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motion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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