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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otion Nov 20. 2024

위스키 마시는 법의 이해

들어가기에 앞서, 정형화된 방법으로 위스키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말과 함께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술은 편하게 즐기는 것이 제일입니다. 종종 와인이나 위스키를 신줏단지 모시듯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술은 그냥 마시고 즐기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술을 마시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향락입니다. 향락에서 효율을 따지지 마세요. 틀려도 조금 아까운 게 다입니다. 




위스키를 대하게 되면 처음 부딪히게 되는 난관입니다. 뭔가 고급지고 젠틀하게 마셔야 할 것 같은 이 술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들려옵니다. 증류주를 여행하는 첫 번째 시간에는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니트 (Neat)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아마도 ‘날것의’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상태에서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이며, 따라서 위스키의 모든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선호되는 글라스(컵)의 형태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1.1.      노징 글라스 (Nosing Glass)


노징 글라스는 와인잔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호리병처럼 점차 좁아지는 형태로 위스키의 향을 집중시켜 준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위스키의 복잡한 향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시켜 주며,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선호됩니다. 




1.2.      온더락 글라스 


일반적으로 낮고 넓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위스키를 마실 수 있게 해 주며, 버번 위스키 업자들이 권장합니다. 그들은 ‘노징 글라스는 지나치게 향을 모아준다’라고 주장하며 편안한 형태의 잔이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것이, 버번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향이 강해 노징 글라스까지 필요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1.3.      팁


위스키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굳이 위스키용 잔을 따로 구입하지 말고 집에 있는 잔 중에 조건이 맞는 것을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위스키의 향이 퍼질 공간이 적당한 잔이면 됩니다. 100-150ml, 물 마실 때 쓰는 종이컵 한 잔 정도의 용량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종이컵을 써도 되지만 위스키가 종이컵에 빠르게 흡수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니, 급할 때만 사용하세요. 


글렌캐런 글래스

위스키에 숨은 맛과 향이 잘 찾아진다고 자신감이 붙을 정도가 되었다면 노징 글라스를 한 번 구입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주요 브랜드로는 글렌캐런, 리델 등이 있습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위스키 글라스를 사용해도 시음 경험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입에 닿는 느낌이나 손에 잡히는 감각 정도가 달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위스키의 맛과 향을 찾아내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천천히 알아봅시다. 


플라스틱 잔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잔은 보통 PET 소재로 되어있는데, 이 소재가 알코올에 반응해 녹기 때문에 절대 좋지는 않습니다. 물론 적은 양을 마실 때에는 무시해도 될 수준입니다. 



2.       샷 (Shot)


소주잔 정도의 잔에 담아 한 번에 마시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름의 기원은 불분명하여 여러 설이 있습니다. 위스키의 도수에서 오는 타격감이나 빠르게 취하는 것을 즐기기 위한 방법입니다. 위스키를 취하려고 마시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많이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3.       온더락 (On the Rocks)


커다란 얼음에 위스키를 부어 마시는 방법입니다. 얼음이 녹아 위스키가 희석되며 천천히 변하는 맛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3.1.      어원


과거 스코틀랜드엔 얼음이 없었으므로 계곡에 있는 차가운 돌을 위스키에 담가 먹은 것이 온더락의 기원이라는 속설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에도 돌을 사용해 위스키를 냉각하려면 돌을 영하까지 냉각시킬 필요가 있는데, 계곡 가지고는 어림도 없기 때문입니다. 

조사해 본 결과 온더락이라는 말은 1940년대부터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큰 얼음을 락(Rock)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으로 보아 얼음으로 위스키를 냉각시켜 마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위스키 온더락(Whisky on the Rocks)’이라는 표현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3.2.      팁


얼음이 대단히 빠르게 녹으니 너무 오래 마실 수 없습니다. 알코올의 비열은 약 0.55로 물보다 대충 2배 쉽게 뜨거워집니다. 따라서 상온에서 마신다는 가정 하에 물에 담겼을 때보다 알코올에 담겼을 때 얼음은 빠르게 녹습니다. 얼음물 정도의 속도를 생각하고 마시다 보면 정말로 얼음물을 마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4.       미즈와리 (水割り, Mizuwari)


일본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위스키에 물을 부어 마시는 방법입니다. 물론 위스키의 향을 열기 위해 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는 방법이 이미 있긴 하지만, 미즈와리는 위스키의 두 배를 넘길 정도의 비율로 물을 붓는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일종의 하이볼로 분류되며, 일본 전통주인 소츄를 마시는 방법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70-1980년 일본 주류업계에서 미즈와리를 일본 음식과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진 방법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4.1.      어원


일본어로 미즈는 물, 와는 타다, 붓다 정도의 뜻으로 대강 번역하면 ‘(술에) 물타기’ 정도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즈를 따뜻한 물을 뜻하는 오유(お湯)로 바꾸게 되면 위스키에 따뜻한 물을 타서 마시는 오유와리(Oyuwari)가 됩니다. 이 경우 위스키 향이 더 강하게 열리게 됩니다. 




4.2.      팁


아메리카노를 혐오하는 이탈리아 사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궁금한 게 아니라면 하지 마세요. 



개인적으로 위스키는 니트로 편하게 즐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술을 마시는 행위는 향락입니다. 즐기세요. 


Emotion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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