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an of Whisk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otion 3시간전

한국 위스키 산업 (2) : 김창수 위스키

김창수 위스키 로고

김창수 위스키는 2020년 7월에 문을 연 한국의 증류소입니다. 1인 증류소이고,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굉장히 적어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창수 위스키와 그 근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창수 대표




김창수

김창수 위스키의 창립자인 1987년생 김창수 씨는 스무 살부터 술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고 합니다. 2013년 28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10개월 정도 일한 회사를 그만둔 그는 스코틀랜드와 일본에서 위스키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한국에 돌아와 2020년 김창수 위스키를 설립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제품



김창수 위스키 01

European oak 1st Fill PX Sherry Hogshead 

Heavy Peated Malt

2021.02.28 통입 ~ 2022.04.19 병입

출처 : 김창수 위스키 인스타그램





김창수 위스키 02

Korean Malt, 100L+180L Korean Oak Cask

2022년 9월 12일 출시 (추정)

출처 : 김창수 위스키 인스타그램





김창수 위스키 03

Recharred Chardonnay Cask

2023년 2월 출시

출처 : 김창수 위스키 인스타그램





김창수 위스키 04

EX-1st fill Oloroso, EX-1st fill PX Cask

2023년 7월 출시

출처 : 김창수 위스키 인스타그램





김창수 위스키 05

1st Fill European Oloroso Cask, Single Cask

2023년 12월 출시

출처 : 김창수 위스키 인스타그램




현재까지 김창수 위스키는 총 5번의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내가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해외 매체의 평이 박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못 먹을 위스키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다만 김창수 위스키의 제품들이 25만 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다’라는 평이 종종 보입니다. 25만 원선이라면 맥캘란 15년, 부나하벤 12년 CS, 카발란 올로로소 셰리 정도와 경쟁해야 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 번 시음해 보는 날이 기다려지네요. 




위스키펀에 실린 김창수 위스키 제품들의 시음평




김창수 위스키 '김포' 리뷰



김창수 위스키 '김포'

9개 캐스크의 혼합

1st fill Oloroso Sherry European Oak Quarter

1st fill Oloroso Sherry European Oak Quarter

1st fill PX Sherry European Oak Quarter

1st fill Bordeaux Wine European Oak Barrique

1st fill Bordeaux Wine European Oak Barrique

1st fill Oloroso Sherry American Oak Hogshead

1st fill PX Sherry European Oak Hogshead

1st fill PX Sherry European Oak Hogshead

1st fill PX Sherry American Oak Butt

2024년 10월 출시




얼마 전 출시된 김창수 위스키의 ‘김포’를 마실 기회가 있어 시음해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25만 원 언저리에 형성된 위스키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슷한 가격의 위스키로는 맥캘란 15년, 카발란 올로로소 셰리가 있습니다. 데일리로 마실만한 술은 아니죠. 


빠르게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굳이 찾아가며 마실만한 술은 아니었습니다. 가성비를 논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비슷한 가격대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증류소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딱히 느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코를 들이미니 희미하게 드라이한 과일 냄새와 스모크가 몰아쳤습니다. 퍼스트필 올로로소 셰리라고 하기에는 셰리의 존재감이 약해 오히려 멀쩡한 스모키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느낌은 스프링뱅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숙성연수가 짧은 것이 문제인지 맛의 깊이는 굉장히 얕습니다. 피니쉬도 굉장히 짧은데, 이후에 미묘한 신문지 빤 것 같은 냄새가 불쾌합니다. 잘만 쓰면 복합적인 향이 나는 좋은 위스키가 됐을 것 같은데 무언가 일그러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카발란이 이것보다 조금 더 저렴합니다. 한국 주류업계에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맛있는 위스키를 마시는 것이 목적이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컨셉도 확실하고 맛도 좋은 카발란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근황


김창수 위스키는 시리즈 출시마다 완판행진을 이어나가지만,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창수 위스키는 2024년 5월부터 주식회사 D사로부터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당하고 있습니다. D사는 김창수 위스키가 2023년 말 약 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기존 주주에게 신주 발행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김창수 위스키 측은 D사가 이미 주주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통지 의무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김창수 위스키는 76억 원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면에서 김창수 위스키의 경영 안정성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그가 취하고 있는 신비주의 전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색될 것이라는 분석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창수 위스키는 그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안동에 두 번째 증류소를 증설하고 있으며, 신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를 실력으로 정면돌파하는 것인지, 아니면 몸집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비판과 의문


글을 쓰다 보니 김창수 위스키를 욕하는 내용만 적어버렸지만 김창수 씨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최초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응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다만 그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면 안타까운 마음에서라도 비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창수 씨의 여러 인터뷰 기록을 확인해 보면 그가 스스로에게 ‘위스키 전문가’ 이미지를 씌워 어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나는 이 점에 대해 의문을 표합니다. 


김창수 씨의 자료를 찾아보면 여러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스코틀랜드 순회 부분입니다. 김창수 씨는 10개월간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바텐더 일을 하다 2014년에 4개월 동안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순회합니다. 102개 증류소를 돌아다니며 투어를 진행하고 일을 시켜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모두 거절당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열정 넘치는 젊은이를 매몰차게 내치는 차가운 사회의 모습처럼 보입니다만, 자료를 찾아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먼저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은 외국인을 고용하는 데 있어서 아주 관대한 편입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일하는 한국인도 몇 있는 편이고, 영어가 가능하고 위스키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받아주는 편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합니다.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종사자들은 영어를 충분히 공부하고 증류소와 컨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창수 씨의 블로그 글을 확인해 보면 당시 김창수 씨의 영어회화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기록이 보입니다. 위스키에 대한 열정은 둘째치고 일단 언어가 통하질 않는데 받아줄 리가 만무하지요. 오히려 영어가 안되는데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를 순회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김창수 씨 블로그의 글렌파클라스 방문기 원문. 가이드 직원의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기록이 보인다.


반면 김창수 씨의 일본어 능력은 상당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저서를 번역하여 내놓은 것을 보면 그 일면을 확인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일본의 소규모 증류소인 치치부 증류소에서 일을 배운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가 치치부 증류소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느냐입니다. 김창수 씨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NHK와 접선하여 그가 증류소에서 일을 배우는 특집 방송을 위해 일을 배우게 됩니다. 당시 프로그램의 촬영을 하며 그가 증류소에서 일을 배운 기간은 1주입니다. 공장에서 1주간 일을 배웠다고 공장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창수 위스키의 가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김창수 위스키의 가치는 분명 존재합니다. 개인이 위스키 증류소를 열어서 일궈나간다는 점에서 소규모 증류소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 주죠. 이를 통해 또 다른 소규모 증류소들이 일어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창수 위스키에서 사용하는 증류기. 김창수 씨 본인이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분명 김창수 위스키는 우리나라 위스키 산업의 시발점이라는 것에서 가치를 가집니다. 여러 기록을 보면 김창수 씨 역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캐스크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쓰리 소사이어티보다 좋은 캐스크를 구해서 사용하고, 증류기를 직접 만드는 과정 또한 녹록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을 하는 것과 아집에 갇히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자신에게 입힌 허세를 벗어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지 첨언해 봅니다. 



참고 자료 : 

생계형 주류 연구소 (김창수 씨 블로그)

김창수 위스키 인스타그램

"나 아니면 못 해"... 위스키 오픈런 탄생시킨 ‘김창수 위스키’ (김혜인 / 조선일보 / 2023.08.05)

김창수위스키, 70억 토해내나...신주 발행 무효 피소 (최양해 / Newstof / 2024.09.19)

대한민국 위스키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남자, 김창수위스키의 김창수 대표 (이주호, 신태진 / 브릭스 / 2024.0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위스키 산업 (1) : 서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