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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세 가지 매수 구간(1)

by 테오리아

1. 투자자의 세 가지 매수 구간


투자자들의 매수 구간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지는 것 같다.

매수 구간을 나눠서 이야기하는 취지는 차트상 기술적인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 매수한 구간이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과

- 구간별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개선사항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진입 시점에 따라 보유기간이 달라지고 얻어지는 정보가 달라진다.

산업이나 제품이 개화되지 않은 초기 시점이라면 가능성이 높은 논리를 갖고 숫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해 숫자가 나올 때마다 내 가정이 맞았는지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격으로 확인해야 한다.


image.png?type=w1 출처 : pixabay




2. 매수 구간별 특징


가. 성장 스토리 O + 실적 X + 의심 O


이 구간에 속하는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실행되지 못한 단계이다.

작은 뉴스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상승도 쉽지만 하락도 쉽다.

특히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할 때는 소외받는 경우가 많다.



당장 숫자가 안 나오니 투자논리가 의심 받는 단계이다.

매출 규모가 낮아서 적자, 외형이 늘었지만 수익성 낮아 적자, 연구 비용 투자하느라 적자다.

기다림이 생각보다 너무 길고 외로워 정말 힘든 구간이다.

적자라 밸류에이션도 안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 대한 불신이 큰 단계이다.

어설픈 재료로 반짝 상승한 시점에 진입해서 장기간 보유하게 되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커진다.



보통 이 구간을 버티는 사람들은 과거에 비슷한 경험과 성공을 해본 사람들이다.

이러한 기업은 텐배거를 기대하고 투자한다.

처음 겪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긴 기다림에 심적으로 털리고 제대로 된 숫자가 나오기 전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산업과 종목들의 수익률이 기업 선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소 1년 이상의 투자기간을 설정하는 지인은 빈번하게 몇 배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다.

3년 이내 지인이 대표적으로 투자한 기업은 현대로템과 현대건설이다.

로템은 2-3만원 구간에서, 현대건설은 2~3만원 구간에서 매수를 하였다.

어떤 기준에서 기업을 선정하였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답변은 매번 식상하다.

그냥 신문기사에서 본 특정 투자 아이디어를 깊게 공부했을 뿐이라고 했다.

어려운 수식어도 없고 투박한 답변이다.



다만, 긴 시간 주가 변동을 견디고 매도하지 않고 기다리는데 정말 힘들었다는 이야길한다.

볼 때마다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 낸 결과인지 잘 알기 때문에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고생했고 수익을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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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 현대건설 주봉차트



작은 규모의 성장 기업은 자체 사업에 집중하느라 IR을 크게 신경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즉,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해당 기업의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원론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빠른 답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을 투자하는 이유가 기술 경쟁력/수요의 증가/공급의 감소 중 무엇 때문인지 알아야 한다.

세부적인 이유는 다를 것이다(정책, 산업 구조조정 등).



마지막으로 실적 성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기대되는지 틀려도 되니까 추정해 봐야 한다.

최소한 투자 아이디어와 기대하는 이익의 규모를 알아야 버틸 수 있다.


image.png?type=w1 출처 : pixabay




나. 성장 스토리 O + 실적 O + 관심 O


이 구간에 속하는 산업/기업들은 스토리가 실현된 단계이다.

(가) 구간에는 투자 아이디어를 추정하고 (나) 구간에는 검증하는 단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숫자가 나왔는지 확인이 가능하게 된다.



내 투자 아이디어가 틀리더라도 숫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면 포워드 EPS가 상향되면서 리레이팅 될 가능성이 커진다.

변동성이 있지만 박스권을 만들어서 없던 지지선이 생길 수 있다.

연속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면 기술 경쟁력, 수요, 공급 중 어떤 배경에서 성장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이 구간은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이다.

거래량도 잘 터지고 물리는 사람도 많아진다.



재수 없으면 일회성 실적에 물려버릴 수 있으니 여전히 돌다리를 두드리며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인력 축소, 마케팅 비용 절감 같은 비용 효율은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 성장의 한계가 있다.

관리 비용 효율은 자구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비용 효율은 생산 원가 절감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그리고 구매력을 가진 수요자가 늘어 매출이 늘면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나 희소성이 확인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구간의 주가 상승이 더 길게 가기 위해서는 P, Q가 성장한다는 전제를 누구나 명확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하기 쉬운 논리이다.

스토리도 납득 가고 데이터도 좋다 = 모두의 믿음이 커진다

조선, AI, 전력기기, 방산, 라면, 피부미용 등 모두 그런 매커니즘으로 주가가 크게 떴다.



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위 산업들이 (나) 구간에 속할 때 투자를 결정했다

최소한의 검증이 되었고 시장의 관심을 받은(받았던) 산업(기업)이다.

산업(기업) 성장 대비 과도한 주가 하락이 발생하고 예상 투자 기간이 충분하면 기회로 생각하는 편이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잘 나와준다면 늘어난 관심(유동성)은 빠른 주가 상승으로 작용한다.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주도산업들은 주가 상승 속도가 정말 빠르다.

때문에 초반에 잡은 사람들은 한동안 정말 따뜻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구간의 마지막은 항상 주가 레벨이 높다는 의심을 자주 받는다.


image.png?type=w1 출처 : pixabay




다. 성장 스토리 O + 실적 O + 의심 O


(나) 구간은 성장 스토리와 실적이 좋으며 시장 참여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 덕분에 주가가 많이 상승했을 것이다.

실적 성장의 속도가 완만하고 꾸준하다면 주가 상승 속도도 그에 비례할 것이다.

실적과 주가의 상승 속도가 빨랐다면 관심이 다시 의심으로 바뀌는 구간을 맞이하게 된다.



(다) 구간에서는 고점 돌파가 쉽지 않다. 바로 피크아웃 우려 때문이다.

미래 실적이 주가에 대부분 반영되었다, 최근 분기 실적이 전분기/전년도 성장 보다 낮아졌다, 여전히 좋으나 과열되었다 등 여러 이유가 주가 변동성을 잦게 만든다.

마치 장사 잘되는 집이 망하길 바라는 것처럼 온갖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다음 분기 실적의 성장 기울기가 다시 높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한 톤의 레포트들이 쏟아지며 주가를 끌어올린다.

(한화투자증권의 보고서 제목을 보고 항마력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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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수출 데이터와 분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올 때마다 레포트들이 나와서 시장의 관심과 주가를 끌올했다.

삼양식품은 불닭 트랜드와 실적도 긍정적이었지만 5월에는 MSCI 편입과 공장 준공 모멘텀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서 누가 봐도 투자하기 좋은 기업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많은 사람들의 의심이 관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주로 (다) 구간이다.

(나) 구간에 관심이 쏠릴 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주가 상승과 실적을 확인하고 나서야 매수 결심(?)을 하게 된다.

아쉽게도 주가의 상승이 투자 아이디어에 가치를 더하는 순간이다.



(나) 구간은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고 기간이 짧아 시점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다) 구간에 기업을 매수하게 되었을 때이다.

기업의 이름과 투자 아이디어는 누구나 알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 구간에서는 시장의 가격 논리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내가 말하는 가격 논리는 산업(기업)의 가치를 떠나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는 보수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전체 시장이 하락할 때는 모르겠으나 개별 산업이나 종목의 하락에 매수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가 흐름을 떠나 계획대로 비중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시장의 규모 예측, 대기 중이거나 새로운 멀티플 상향 요소의 반영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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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HD현대미포조선을 투자했을 때가 기억난다.

투자 아이디어와 수주 물량을 통해 목표주가를 산출하였고 7만원 구간에서 매수해서 13만원 정도에 매도를 하였다.

MR탱커 신조선가와 중고선가가 꾸준히 상승하다 flat 해지는 상황에 매도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당선 후 USTR 중국 선박 제재 조치가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리레이팅 요소들이 작용되기 시작했다.

투자자별 목표주가는 이해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방산주를 투자 중인데 목표주가를 넘어 신고가에 달했다.

신고가를 경신하기 전 목표주가가 나오고 나서는 일부 비중을 축소했다.

그리고 선진국 유동성이 유럽과 이머징으로 풀리면서 주도산업의 유동성도 다른 산업으로 이동했다.

주가가 15% 이상 조정이 나와서 줄인 비중을 다시 늘렸다.



아는 만큼만 가져가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나의 기대 이상의 수익은 나보다 뛰어난 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뒤늦게 참여한 사람들의 몫이므로 그들을 위해 남겨둔다는 마음을 갖는다.



잘 모르는데 욕심을 내다보면 수익률은 금세 낮아져 기회비용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틀릴 수도 있고, 틀려도 된다.

잘 모르는 것은 회피해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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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 내용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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