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하 '연금')의 수급 동향을 한 번씩 보는 편인데 생각보다 좋은 종목 추천이 많이 나온다.
연금의 선호도가 높은 기업을 스터디를 해보는 것이다. 성과가 나쁘지 않다.
투자 아이디어를 어디서 찾을 지 궁리한다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역으로 추론을 해보고 기업 이익이 증가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만 매매를 했기 때문에 염치없이 날로 먹는 느낌이다.
전문가 집단인 연금이 긴 시계열에서 빌드업을 해가는 과정에 대해 간접 확인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료를 만들어보게 되었다.
당시 매크로 상황, 산업의 이슈, 정책 상황에 따라 기업들의 백테스트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참고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투자 스타일에 따라 누군 가에게는 1년이 짧고 길 수 있으나 샘플링 기간은 1년으로 설정했다.
최근 관심 갖는 기업을 기준으로 자료를 만들어봤다.
이 기업은 유가와 같이 매크로적인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경박단소에 해당한다.
위 그래프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년 간 주가 등락과 연금 매수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
연금 매수 금액이 높았던 날은 몇 일간 주가가 상승하였지만, 그 후 주가는 다시 내렸다.
부정적 시황이나 과격한 이벤트가 나올 때는 손절매를 통해 비중 축소를 한다.
저평가로 보이는 시점에는 비중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늘린다.
좋지 못한 이벤트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이벤트 전 수준까지 비중을 다시 늘린다.
긍정적이라 판단하는 이벤트가 확정된 뒤로는 비중을 더욱 늘리는 모습을 보인다.
1년 전 수익률 8%, 현재 수익률 30%, 수익률 최저점은 -41%, 1년 간 수익률의 범위는 71%
1년 간 평단가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낮아졌고, 반대로 주가는 상승했다.
1년 전의 물량이 있을테지만 여기 나온 평단가는 1년 간 매매한 물량에 대한 결과 값이다.
1년 간 대부분의 평단가는 주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익률이 낮을 때는 -41%에 육박했다.
주가가 평단가를 넘어서는 경우는 1년 전과 현재 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길을 모르겠으면 시간이 좀 걸려도 방향이 결정될 때까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된다. 단, 투자 중인 기업 이익이 성장한다는 전제의 확률이 높아야 한다.
시장은 다시 회복하며 길을 잃은 투자자들을 위로 이끌어 준다.
개인 투자자는 인내하고 일상에 집중하며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다음은 현재의 평단가에 대한 일자별 매매 기여도가 어땠는지 궁금해서 만들어봤다.
1년 전 수익률 8%, 현재 수익률 30% 정도이다.
-41% 수준까지 하락할 때는 과감하게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손절매를 했으므로 그에 따른 비용이 꽤나 컸을 것이다.
결국 다시 매수한 것은 기업 문제 해소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닌 시황에 따른 대응이라고 추론한다.
펀드매니저들과 비슷한 형태로 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까지 대응하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금은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해왔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시황이 좋지 못하면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이 커진 이벤트가 끝나는 시점에 비중을 다시 원복시켰다.
그리고 변동성이 줄어들면 꾸준하게 비중을 늘려간다.
또한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벤트가 있을 때는 비중을 크게 늘렸다.
기업 이익 성장 확률과 유동성 이벤트에 따라 매매 비중을 정말 잘 운용한 듯 하다.
즉, 연금은 원칙과 근거를 따랐을 가능성이 크다.
연금의 매수 기여도가 높은 시점은 놀랍게도 모두 고점이다.
매수 기여도가 높을 때는 고점, 시황이 좋지 못할 때는 대량 매도, 1년 뒤 평단가는 크게 하락.
고점에 많이사고, 변동성에 많이 매도 했는데 평단가가 내려가는 앞 뒤가 안 맞는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기업 성장에 대한 확률이 높으며, 향후 변동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 크게 매수
아니면 높은 성장 확률이 향후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분할 매수
향후 변동성은 높은 성장 확률 보다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 1개월 단위 분할 매도(3개월 간)
기업 성장 확률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 -> 대량 매도
향후 변동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 성장 확률은 아직도 유효하다 -> 비중 점진 확대
세 가지를 통해 의사결정했을 것이다.
기업 성장 확률, 산업 분위기, 시장 유동성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할 때 분할매도를 하였다.
향후 기업의 주가(기업 가치와 별개로)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매도를 결정했을 것이다.
즉, 현재 주가>미래 주가
위 공식이 맞다고 판단되었기에 분할 매도를 하였고, 약 1개월 텀으로 매도를 크게 나눠 했다.
실제로 현재의 주가보다 미래 주가는 하락했다.
그리고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점 이후 낮은 주가에서는 꾸준히 매수하여 평단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미리 확보한 유동성을 사용하여 보유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가 가장 비쌀 때 매수하고, 변동성이 커질 때 분할 매도하고, 다시 회복할 때 매수한다.
유동성을 줄이고 늘리며 평단가를 낮추면서, 손절 비용을 만회하는 엄청난 집중력이다.
단순히 기업 이익 성장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매크로 영향을 기업에 대한 전체 유동성 공급 논리로 해석하여 보유 비중을 조절하였다.
현재보다 주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base case의 확률을 계산하여 투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개인적으로는 확률을 계산을 할 자신이 없고, 경험상 유동성이 회수되겠다 생각하여 베팅하는 편이다. 최근 하락 구간에서 전력기기 비중 축소를 이런 의미로 했었음)
위 연금의 원칙을 해석해보면
- 기업 성장에 대한 확률이 높으며, 향후 변동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 아니면 기업 성장 확률이 향후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변동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 성장 확률은 아직도 유효하다
= 미래 이익 성장에 따라 주가는 오를 것이므로 꾸준히 매수한다
향후 변동성(매크로 또는 산업 이슈 등)은 기업의 가치를 떠나 주가에 큰 영향력을 줄 것이다
= 현재보다 미래 주가는 더 하락할 것이며, 분할 매도하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매수한다
= 타이밍도 그렇고 손절매 비용까지 감안하여 평단가를 낮춘 뒤 재매수하는 전략은 불가능(고난도)
개인 투자자라면 기업의 이익 성장을 최우선 판단하고 유동성에 따른 대응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아 보인다.
단지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릴 것인지, 미리 비중을 늘리고 기다릴 것인지는 본인의 몫이다.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리면 수시로 발작하는 시장의 영향을 살펴가며 낮은 가격에 살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미리 비중을 늘리면 즉시 상승하는 시점에 운 좋게 진입하면 큰 수익률을 얻을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3가지 매수 구간을 나눠봤다.
A : 첫 번째 박스는 이익 성장 전 매수하고 오랫동안 기다리는 사람의 구간
B : 두 번째 박스는 이익 성장 기대감이 커져 매수하는 사람의 구간
C : 세 번째 박스는 수급에 의해 기업을 발견하고 스터디 후 매수하는 사람의 구간
수급 분석을 통해 주로 C에서 기업을 발견하고 매수한다.
그런데 탑 다운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 수급과 관계없이 A에서도 사봤고 B에서도 사봤다.
아쉽게도 A에서 사면 B로 가는 과정에 하락하는 구간을 버티지 못해서 매도한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B에서 매수하는 경우 보유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었다.
연금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기업의 성장 확률에 대해 집중하여 꾸준히 비중을 늘린다.
나는 주가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보유기간을 감정적으로 결정했다.
과거에는 실컷 기업 스터디를 하고 나서 주가 흐름에 실망하고 불안감이 커져 매도하여 놓친 기업들이 정말 많다.
<결론>
일반인은 연금의 매매 방법을 벤치마크 하기 어렵다.
연금은 매크로와 이벤트의 센티먼트까지 감안하여 매매 비중을 결정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이익 성장에 대한 확률이 얼마나 높느냐이다.
성장하는 기업은 주가의 높이와과 관계없이 꾸준히 매수한다.
주가 하락은
기업 가치와 주가가 미스 매칭되어 주가가 하락할 때만을 기다린 사람에게는 기회이지만
높은 기업 가치를 기대하고 주가의 상승만을 기다린 사람에게는 투자기간이 고통이다.
확신이 틀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간을 두고 분할 매매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