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과 종점 규칙
퇴근하면서 "오늘 하루 즐거웠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많은 업무로 인해 하루하루가 고단하기만 합니다. 매일 힘들고 피곤하기만 한 직장생활을 행복했다고 느끼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서 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습니다.
- 경험하는 자아 : 매 순간을 동일한 비중으로 평가하는 자아. 즉, 현재의 상태를 느끼는 자아입니다.
- 기억하는 자아 : 시간이 흐른 후 최악의 시점과 종료 시점 단 두 군데에만 거의 모든 비중을 실어서 평가하는 자아. 즉,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는 자아입니다.
기억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가 같은 경험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보인다면 어느 쪽을 따르는 것이 좋을까요? 경제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 책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는 대장 내시경 치료(이 당시에는 수면 내시경이 아니었습니다.)를 받은 환자 154명을 조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는 치료받은 환자에게 60초마다 느끼는 고통을 0~10으로 나누어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이 그래프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실시간 고통 그래프입니다. 환자 A와 B 중 누가 더 고통스러웠을까요?
아마 그래프를 보면 B 환자의 고통이 더 크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A 환자보다 B 환자의 치료 시간이 훨씬 길고, 치료받는 동안 고통의 총량도 B 환자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치료가 끝난 후 이상하게도 B 환자는 A 환자보다 덜 고통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A 환자가 더 고통스럽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 실험은 154명의 다른 환자들에게도 똑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이전과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카너먼 교수는 고통의 총량이나 치료 시간이 아닌 다른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래프를 보면 두 환자가 느낀 최악의 고통 점수는 똑같이 8점이지만, 대장 내시경 치료가 끝나는 시점에 느낀 고통 점수는 서로 다릅니다. A 환자는 최악의 고통과 비슷한 7점을 경험하면서 치료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B 환자는 치료가 끝나는 시점까지 고통이 점점 줄어들면서 마지막에 1점의 고통 강도를 경험하면서 수술을 마쳤습니다.
B 환자는 마지막 순간에 오히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기억이 남았습니다. 즉, 치료를 받는 동안 고통을 받았다 할지라도, 치료가 끝나기 직전 편안한 느낌을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았던 환자보다 치료에 대한 기억이 훨씬 좋았던 것입니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지난 일을 평가할 때 ‘가장 좋았던 일’과 ‘가장 마지막 일’이 그 경험의 좋음과 나쁨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정점과 종점 규칙(Peak-End rule)’으로 불렀습니다. 정점과 종점 규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험을 회상하며 평가할 때 경험했던 순간이 아니라 경험했던 기억으로 평가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연구에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한 행복을 평가할 때 경험하는 자아보다 기억하는 자아 즉, 정점과 종점 규칙에 비중을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기는 경우 응원하는 팀이 계속 잘하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못할 경우 경기 전체를 망쳤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을 받을 경우 지속되는 고통을 경험하다가 마지막 몇 분간 통증이 없는 경우보다 별 고통이 없다가 마지막 순간에 심하게 통증을 주는 경우가 더 통증을 심하게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하기 위해 정점과 종점 규칙을 적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일상생활에 정점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는 외부적인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고통의 종점은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즉, 퇴근하기 10~30분 전에는 행복한 기억만 만드는 것입니다. 퇴근하기 전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차를 마시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 혹은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는 것입니다. 퇴근하기 전까지 어려운 일을 붙들고 있거나 아이들과 입씨름하는 일, 불편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잠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퇴근하기 전까지 컴퓨터를 붙잡으며 계속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는 순간 힘들고 지쳤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했고 학교를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퇴근하기 30분 전 모니터를 끄고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이후 집에 오면 예전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덜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나거나 내일은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즐겁게 퇴근하니 집안에서도 웃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집에서도 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정점과 종점 규칙을 활용해 보세요. 퇴근할 때 매일 고단하고 힘든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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