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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쌤의 방구석토크 Mar 07. 2023

맘카페도 인정한 아내의 샤워시간

여러분의 샤워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제 아내의 샤워시간은  1시간입니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그냥 좀 늦게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했지 정확히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아내의 샤워시간은 저에게 자유(?) 시간이었습니다. 아내가 샤워할 때 개인적인 시간(독서, 운동 등등)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샤워시간이 신경 쓰였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왜 안 나와? 아직 멀었어?"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말들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짜증을 한 바가지 섞은 듯한 말투'라고 하네요. 아이가 보채고 울면 나의 독촉은 더 빨라졌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오 마이 갓!!" 

1시간이 걸렸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반박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그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잖아"

다음날 다시 재보았습니다. 

  -50분!!-

그러자 아내는 필살기를 썼습니다.

  "원래 여자들은 다 그래!!"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샤워 시간은 평균 1시간이라는 것을... 아내와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면 아이를 키우며 고생하는 아내에게 샤워 시간으로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공동육아(?)를 합니다.(아침 준비를 제가 하고 한동안 등원도 제가 하고 퇴근하고 밥 먹이기, 샤워, 독서, 집안일도 제가.....) 그리고 아내의 샤워시간은 온전한 샤워입니다. 화장실 청소 NO!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더 독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아내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샤워시간이 너무 긴 것 같아. 오빠 고생했어. 나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 볼게"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과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 그럴까? 내 진심이 통한 걸까?


  진심은 맘카페에 있었습니다.

아내는 평소 맘카페에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글을 올리다니.... 얼마나 화가 나면 여기에 올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댓글이 '아내의 샤워시간이 너무 길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심지어 아내는 샤워 시간을 최소시간으로 40분이라고 올렸는데..... 저는 맘카페에 대해 별다른 호감이나 거부감이 없습니다. 다만, 맘카페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분위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맘카페에서 내 편을 들어주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맘카페의 지원 사격이 있었지만 아내의 샤워시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심리학을 공부한 이후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책의 주제도 '남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한다'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내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평생 아무런 불평이 없다가 아이가 태어나니 난대 없이 샤워시간을 이야기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결국 제가 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내의 샤워시간을 신경 쓸 시간에 아이들과 더 집중해서 놀아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1시간 동안 어떤 놀이를 할지 집중하니 아내의 샤워시간이 덜 신경 쓰였습니다. 그리고 아내도 미안했는지 샤워시간이 맘카페에 올린 40분으로 줄어들었고, 샤워가 끝나면 저에게 개인 시간을 주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걸까요? 얼굴 마사지 기계가 필요하다는 아내의 말에 '샤워시간이 늘어나는 거 아냐?'라고 생각은 했지만 결국 기분 좋게 사줬습니다. 

다시 한번 느낍니다. '남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한다'


ps. 반응이 좋으면 그리고 아내가 허락해 주면 <성격 급한 남편과 느긋한 아내>로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만약 반응도 좋은데 연재가 안된다면 제 생각이 변했다는 걸로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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