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불균형, 인정 욕구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
혹시 이 노래 들어본 적 있나요?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이 부른 대표적인 군가이며 흥겨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아리랑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리랑입니다. 바로 어른들이 휴대폰 벨소리로 많이 사용하던 밀양아리랑입니다. 흥겨우면서도 신나는 밀양 아리랑의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밀양 아리랑 1절에는 ‘나를 봐 달라’는 말이 4번이나 등장합니다. 그냥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한겨울에 핀 꽃처럼 소중하게 나를 봐 달라’는 인간의 인정 욕구가 담겨 있습니다.
밀양 아리랑이 알려지고 1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후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민요에 담긴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결국, SNS에 올리는 사진과 영상들은 21세기 버전의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날 좀 보소’입니다.
인정 욕구는 타인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 따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뜻하는 말로 우리는 항상 인정 욕구라는 울타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은 학생,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직장인,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은 모두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처럼 인정 욕구는 삶의 동기부여이자 꿈을 이루기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듯이 인정 욕구가 지나치면 삶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관심 종자의 줄임말인 ‘관종’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과도한 인정 욕구는 주변에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인정 욕구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정 자체가 목적이 되어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식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애초에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기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타인의 인정 기준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를 인정해 준 사람이 내일은 외면하고 비난하는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희곡 <닫힌 방>에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로 이런 상황을 경고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저자 오타 하지메 교수는 인정 욕구가 과해지면 번아웃 상태에 빠져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인정 욕구는 누구에게나 다 존재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중독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정 욕구를 ‘어떻게 없애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로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인정 욕구를 현명하게 활용하면 행복한 삶을 보내는데 강력한 아군이 되어줍니다.
우선,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수준이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만한 정도인지 냉철하게 살펴보는 것입니다. 즉,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인정받을 만큼 성장하려는 욕구’로 욕구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며 스스로 작은 보상이나 인정을 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인정 욕구를 객관화한 뒤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합니다. 인정을 얻기 위한 노력과 인정을 통한 결과 간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해서 결과보다 노력이 지나치지 않은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도한 인정 욕구는 과시욕처럼 허상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정 욕구가 주는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정 욕구 덕분에 악착같이 노력해서 업무 능력이 향상되거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쌓인 것은 인정 욕구의 좋은 영향입니다. 그런데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건강을 해치거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타인의 눈치를 본다면 이는 인정 욕구의 나쁜 영향입니다. 자신의 평소 모습을 돌아보고, 인정 욕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건강이 상하게 될 정도라면 나쁜 영향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입니다. 타인의 인정보다는 내면의 인정에 좀 더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