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마무리하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일단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반은 성공했다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말입니다. 이 외에도 어떤 일을 할 때 시작이 중요하다는 명언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시작하면 반 정도 끝낸 걸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시작만 하고 마무리 짓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작한다고 그 일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처럼 끝까지 노력하지 않으면 시작은 그냥 시작일 뿐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열정이 넘칩니다. 그런데 시작은 요란했으나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도 얼마 못 가서 끊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스스로를 돌아보면 저 또한 항상 시작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할 때 열정을 불태우고, 좋은 시작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끝은 항상 좋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무리할 때 포기하거나 서두르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우리 가족의 목표: 계획과 실천>을 써봅니다. 한 해 동안 무엇을 할지 적어보는 거죠. 2016년부터 했으니 8년이나 지속된 가족 이벤트입니다. 올해 연말이 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체크해 봤는데 항상 적었던 목표는 계속 실패하였습니다. 바로 운동, 성경 읽기, 영어공부입니다. 왜 이렇게 실천하지 못할까요?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체력이 떨어졌거나 의지가 약해질 수도 있고, 혹은 애초에 너무 큰 목표를 잡아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교 심리학과 조던 퍼터슨(Jordan Bernt Peterson) 교수는 자신의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힘든 시기가 오면 시간 단위를 짧게 끊어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만약 다음 주가 걱정되면 우선 내일만 생각하고 내일도 걱정된다면 앞으로 1시간 혹은 10분에만 집중하라고 합니다. 작은 심리 차이가 매일매일 반복되면 습관이 됩니다. 그리고 그 습관이 우리의 생활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마무리를 맺지 못하는 근원적인 이유로 휴브리스(Hubris)도 있습니다. 휴브리스는 성공 경험에 갇혀 삶의 기준이 되어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성공을 지속하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거나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거죠. 그런데 어떠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성공 경험에 빠지면 그 방식을 고집하고 수정하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의 성공을 방정식이라 여기고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게 사람은 점점 휴브리스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후 남을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자랑하거나, 심지어 그리스 로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신에게 도전합니다. 결국 이러한 오만과 독선은 큰 실패를 만듭니다. 그렇다면 휴브리스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휴브리스를 경계하려면 성공의 순간에 찾아오는 오만이나 독선에서 벗어나려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즉, 겸손이라는 덕목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문학이나 성경 그리고 신화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저도 어떤 일을 하면 성공에 취해서 주변의 말을 외면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만으로 실패를 경험한 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떤 일이 잘 진행되면 책을 읽어봅니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 시작하려는 일, 진행 중인 일, 마무리하는 일을 점검하면서 겸손이라는 덕목을 생각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많은 고전에서 휴브리스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이 성공하면 교만해지기 쉽다는 말이겠죠?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주변에서 호칭뿐만 아니라 태도도 달라집니다. 심지어 썰렁한 농담을 던져도 박장대소하며 웃어주죠. 성공할수록 나를 성찰하고 돌아보지 않으면 휴브리스에 빠지기 쉽습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로 옛날 로마 제국 시대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군이 행진할 때 뒤따르던 노예가 소리치던 말이라고 합니다. 즉,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우쭐대지 말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 죽으니 마지막 순간에 방심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드라마 <미생>에는 휴브리스를 경계하는 명대사가 있습니다.
‘취해있지 마라’
어떤 일을 할 때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시작이 아름답지 못해도 끝맺음을 잘하면 아름다운 결실을 얻게 됩니다. 반면에 시작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끝맺음을 제대로 맺지 못하면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습니다.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우리는 평상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지막 순간, 더 조심하고 신중하길 바라며 겸손이라는 덕목 꼭 기억하길 바라며 올 한 해 마무리 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