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삼구역
그날은 걸음을 멈추고 오랜만에 서서 글을 읽었다.
살다가 그런날은 정말 흔치 않은데, 그 강렬함이 눈을 멈추게 하였다.
" 새벽에 대변보는 아주머니 경찰서 신고합니다. 조심하세요. "
잘못보았나?하고 다시 읽어본 문구.
팻말이 걸려있는 곳은 자그마치 번화가쪽의 전봇대!
누가 저기에서 그럴 용기를 낼수 있단 말인가. 정말 급하지 않은 이상. 그렇타면 이해해 줄수 있다.
그러나 저런 문구를 썻다는것은 추측컨데 한두번 했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
그래도 저 팻말을 쓴 분, 참 친절하다.
'대변, 아주머니, 신고합니다. 조심하세요.'
낮잡아 부를수 있는 대체어들이 무궁무진한데 언어의 선택이 참 친절하다.
골목골목의 이야기들을 좀더 읽고 싶어졌다.
오래된 골목에는 어쨌든, 무언가, 그렇기 때문에 살아온 흔적이 남는다.
하물며 못질한 구멍이라도 있을터.
벽의 낙서를 찾는것에서 고고학적 발견의 기쁨을 조심스레 느껴본다.
낡은 담벼락에 올곧은 글씨.
위에 무언가를 암시하듯 그려넣은 가위, 심상치않타.
항상 왜 소변은 벽에서면 마려운걸까.
공간을 구분하는 벽에 대한 저항의 행위일까?
그냥 그렇타는 우스개소리이다.
벽에는 무언가 자취를 남기고 싶어진다.
나의 이름이든, 아니면 지나가 버린 너의 이름이든.
그러나, 남에 담벼락에 낙서는 금지다.
그런데 우리는 질리지도 않고 그것이 하고 싶단말이다.
요상하게도 말이다.
덧붙이자면,
1. 얼마 뒤 "새벽에 대변보는 아주머니 경찰서 신고합니다 조심하세요' 전봇대를 지나갈 일이 있었다.
그 팻말은 더이상 전봇대에 걸려있지 않았다. 그 후로도 계속.
두가지의 추측을 하게 한다.
첫째, 아주머니는 그 후 다시는 대변을 거기서 보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아주머니는 경찰서에 갔다.
후자가 아니길 마음속으로 바란다.
2. 사실 이 글도 벽에 써져야할 두서없는 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