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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Feb 14. 2022

노래를 흥얼거리다

오늘의 인생(20220214월)

당직 근무 마치고, 퇴근하는 아침이다.  출동을 제외하고는 야간에는 조용하고,  밤을 보냈다. 그러나 운전하면서 집에 오는 내내 하품이 연달아 나온다. 입이 찢어질  하품하는 나를 룸미러로 비춰본다. 15   입사하면서 생각했던 질문들이 떠오른다.


'나는 왜 이렇게 떠나려고만 했을까? 왜 이렇게 만족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당시 나는 2교대 근무였다.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게 싫었다. 당시는 20대였기에 지금 느끼는 피곤함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근 후 바로 도서관에서 공부(일반직 공무원 시험)하러 가서 자는 게 일이었다. 그리고 피곤한 내 얼굴이 정말 싫었다. 여자가 화장했을 때 화장발이 안 받아서 '붕' 떠있는 상태라고 해야 할까.


출동이 많지 않은 하남에서 근무했음에도, 퇴근하면 늘 피곤했다. 아침에 샤워하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얼굴을 깨끗이 씻었지만 눈곱은 언제 꼈는지 눈을 깜박거릴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진다. 사무실 앞 대형 거울에 나를 비춰본다. 거묵 튀튀 하고, 잡티가 낀 내 얼굴가 마주한다. 그리고 화들짝 놀란다.


'누구냐, 넌?'


지금도 야간 근무 후의 피곤함은 나를 괴롭힌다. 괴롭히다 못해 종종 나의 자존감까지 뭉개트린다. 이제는 적응할 때도 됐는데, 여전히 힘들다.


'적응하던지? 바꾸던지?'


그렇지만 노력했다. 불평, 불만하면서도 노력했다. 싫다 싫다면서도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는 내 얼굴의 잡티와 주름살로 남았다. 어제 같이 근무하는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왜 이렇게 노래를 흥얼거리야?"

"제가요?"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나 보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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