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써니가 생각나는 밤~

EBS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 당신의 실패를 들려주세요

by 치치

가끔 저에게 ‘아이가 몇 명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세 명입니다'라고 쿨하게 대답합니다. 제 대답을 들은 대부분 사람은 ‘성별이 어떻게 돼요?’라고 되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들만 셋인데요. 그것도 둘째와 셋째는 쌍둥인데요’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합니다. 제 대답을 들은 대다수 사람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아빠 닮은 딸 하나 있었으면 정말 예뻤을 텐데!”


저도 잘 압니다. 저를 닮은 딸이 태어났으면 정말 예뻤을 거라는 걸. 사실 저에게도 딸이 있었습니다. 비록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벌써 12년 전 일입니다. 결혼 후 1년이 지나서 아내가 임신했습니다. 당시 아내는 제게 임신 소식을 전해주었으나 제가 기쁜 표정을 짓지 못해 여전히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고, 저는 의사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성별은 알려주지 마세요. 태어날 때 보고 싶네요.”


사실 아들일까? 딸일까? 무척 궁금했지만 태어날 때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9개월 동안 써니를 잘 품고, 출산 1개월 전 출산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출산 전까지 모든 일이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아내의 출산 휴가 후 이틀이 지난 아침이었습니다. 그날은 7월에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졌습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했고, 아내는 동네 산부인과에 초음파 확인 차 간다고 했습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써니가 숨을 안 쉰 데”


순간 머리가 ‘띵’하고,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말을 듣자마자 회사를 뛰쳐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양동이로 퍼붓듯 비가 쏟아져 택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옷과 신발이 다 저진지도 모르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택시 잡는 일을 포기하고,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 간신히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날따라 버스는 신호 위반도 하지 않고 너무 천천히 달렸습니다. 짜증이 막 올라왔습니다. 평상시에는 신호 위반도 잘하면서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야. 마음속으로 짜증을 부리는 사이 저는 산부인과에 도착했고, 아내는 산부인과 1층 로비에 기대어 서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이미 멘탈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아버지께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고, 아내는 큰 병원에 입원하여 써니를 분만했습니다. 그것도 자연분만으로. 이미 써니는 별이 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첫아이 써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고, 그 친구를 가슴에 묻은 지 12년이 다 되어갑니다. 만약 써니가 함께 있었다면 6학년에, 사춘기를 막 겪고, 남자들에게 인기도 좀 있고, 저를 닮아가 좀 시니컬했을 것 같습니다.


써니를 보낸 후 저와 아내는 다시 아이를 갖는 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다시 임신할 수 있을까? 만약에 써니처럼 막달에 별이 되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특히 아내는 써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매 순간을 힘겨워했습니다. 저도 아내만큼은 아니었지만,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처럼 생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써니 출산 3개월 후 아내는 직장에 복직했습니다. 아마도 직장에서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내의 소식을 못 들은 직원들이 아기에 관해서 물어볼 때마다 말입니다. 아내는 조용히 견디고,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연애 때보다 더 많이 대화하고, 소소한 여행도 다니고, 책을 읽고 나누면서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하던 어느 날 우리에게 다시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아내는 써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다시 2년 후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는데 일란성 쌍둥이였습니다. 하늘에 있는 써니가 보내준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목 메달이라고 불리는 아들 셋 아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목 메달을 달아도 감사하고, 기쁠 따름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너 닮은 딸이 있었으면 참 예뻤을 텐데’라고 묻는 날에는 12년 전 가슴에 묻은 써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밤도 써니 생각에 잠 못 이룰 것 같습니다.


p.s

써니에게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 사실은 네가 태어났을 때 너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무서웠거든. 이미 넌 차가운 몸으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널 보는 게 정말 두렵고, 무서웠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게 너무 후회스럽네. 너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야. 에고. 미안하네. 혹시 꿈에서라도 너의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꿈에 한번 놀러 와주렴. 그리고 너의 동생들 온유와 솔과 율이가 있어. 아주 까불이들이지. 네가 있었으면 4명이겠지. 차도 카니발로 바꿨을 테고. 생각만 해도 웃기다.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들 잘 지켜봐 줘. 그리고 그때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