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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Nov 02. 2022

아이들을 위해서 돈과 시간을 쓴다는 것

오늘의 인생(20221102수)

11월의 둘째 날이다. 쌍둥이는 등교했고, 온유는 자가격리 중이고, 혜경스와 하온이는 안방에 있다. 나는 온유가 좋아하는 자연채광 속에서 아주 오랜만에 홀로 글을 쓰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배우 김미숙님은 이태원 사고에 대해 ‘이라는 주제로 오프닝 멘트를 하고 있다.


오늘은 혜경스가 점심 약속차 외출한다. 하온이가 태어난 지 79일 만에 단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약간 설렌다. 하온과의 둘만의 시간이 게다가 혜경스는 이미 분유를 준비해놓았다. 나는 그냥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과 젓가락만 올리면 되는 상황. 혜경스가 외출한 후 하온이가 잘 듯 말 듯 하다가 결국 내 품에 안겨서 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김하온’


하온이를 안은 채 키보드 앞에 앉았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기에. 지난주 토요일에 온유가 확진되고, 우리는 주말에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듯했다. 다행히 이번 주 월요일에 온유를 뺀 나머지 가족이 신속항원검사 한 바 전원 음성이다. 그런데 왜 목이 칼칼한 느낌이지.


신속항원검사 끝나고, 지루해하는 쌍둥이를 위해서 일산에 있는 ‘GK 유니온 코리아’ 골키퍼 전문 매장에 갔다 왔다. 홈페이지에 김병지 선수가 공동대표로 되어 있었다. 매장에는 김병지 선수가 없었지만. 매장에 들어간 아이들은 신이 난 듯, 골키퍼 장갑과 장비들을 살펴본다. 이 매장에 장점은 장갑을 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로 아이들은 껴 보고 싶던 장갑들을 이것저것 껴 보았다. 원래는 구경차 갔지만 장갑을 하나씩 장만했다. 자기네 돈을 쓰긴 했지만, 무지 좋아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쌍둥이는 장갑 구경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쓴 듯 이미 레드썬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쌍둥이가 가고 싶던 매장에서 사고 싶은 장갑을 사니 엄청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좋아하는 게 있는 쌍둥이가 부러웠다.


‘나의 4학년은 어땠지? 나는 핸드볼을 시작했구나. 하고 싶어서. 잠깐이지만’


쌍둥이는 집에 도착해서, 패드로 골키퍼 장갑 소개 영상을 찍었다. 비록 유튜브 계정이 없어서 업로드는 할 수 없지만. 최근에 쌍둥이에게 미션을 줬다. 원래의 계획은 내년 6월 생일에 스마트폰을 사 줄 생각이었는데, 축구 리프팅을 연속으로 60개 성공하면 바로 스마트폰을 사 주겠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둘의 반응이 사뭇 달랐다. 한 명은 바로 도전이었으나, 다른 한 명은 머뭇거리면서 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너희가 손해 볼 게 없는 미션이라고 설명했더니, 둘 다 도전하겠단다.


어제는 격리 중인 온유의 핸드폰 액정과 배터리를 교체했다. 전혀 계획에 없던 거였는데, 버튼이 안 눌러져서, 어쩔 수 없이 교체했다. 나중에 액정 교체 비용 5만 원은 받기로 했다. 용돈에서 받기로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용돈을 우리가 주고 있다. 이상하다. 왠지 당근 거래하는 기분이다.


아. 맞다. 오늘은 오전에는 하온이를 전담 마크하고, 오후에는 쌍둥이와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를 2시간 했다. 나의 골키퍼 실력을 조금 보여주고 왔다. 으하하~ 아직 살아있다.


이번 주에 아이들을 위해서 돈과 시간을 썼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월요일에 쌍둥이를 위해서 일산에 가고, 어제는 온유의 핸드폰을 수리하고, 오늘은 쌍둥이와 축구까지 더 쉬고 싶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뭔가를 해 줄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아마도 넷째 하온이가 태어난 후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감정이 조금 변해서 그런 것 같다. 거기에 이태원 사건까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함께 있을  시간을  보내고,  많이 놀자. 그리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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