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20231022일)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다. 전혀 몰랐다. 심지어 화이트보드 달력에는 아내의 생일이 아닌 다른 일정만 적혀있었다. 아침 교대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여의도 가는 건가?”
“우선 하온이 때문에 못 갈 것 같아. 그런데 아침에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오늘 내 생일이라고?”
“어?”
“까먹고 있었지?”
“아니야~ 알고 있었지.....”
사실 까먹고 있었다. 까 먹을 것을 까먹어야지. 아내의 생일을 까먹다니 말이다. 게다가 집에 도착해서는 아내와 약간의 실랑이(여의도 가는 문제로?)가 있었다.
‘아. 생일인데.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내가 더 흥분해서는 싸움이 날 뻔했다. 그냥 우울함이 몰려와서 잤다.
저녁에 잠시 밖에 나가서 비비고 미역국을 사서 끓였다. 푹 끓인 미역국 맛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미역국 한 그릇과 밥 그리고 달랑무 김치를 잘라서 주었다.
요즘 참 내가 정신이 없다. 교대근무와 레알 육아로 인해 지쳤다. 30대 때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 레벨이다. 교대근무는 힘이 들고, 풀리지 않은 몸으로 육아까지 하려니 몸과 마음이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놓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다.
아내의 생일을 깜박해서 정말 미안하다. 예전 같지 않은 나의 상태를 인정하고, 어떻게 이 상황을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면 좋겠다.
‘혜경스,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태어나줘서 고맙고, 사랑해.’
p.s
잠깐 배우 오정세의 남우조연상 소감을 듣다가 울어버렸다. 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또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간에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요.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 하다보면 평소에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 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을 찾아오게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