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8금-육아휴직 15일차(귀엽다는 생각을 하다니)
20250808금-육아휴직 15일차(귀엽다는 생각을 하다니)
20250807목
오후 12시
율이와 디지털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율이는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운다. 중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kt위즈 야구팀 관련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하고, '수상한 중고상점' 오디오북을 듣기도 한다. 아침 9시부터 도서관 의자에 앉아 있는게 어디인가! 훌륭하다. 길 건너면 집이지만, 시간을 조금 아끼기 위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율이가 후다닥 뛰어서 편의점에 갔다 왔다.
"율아. 1+1으로 라면과 삼각김밥 사 다 줘."
"네"
5분 뒤 도서관에 도착했다.
"5천 원 안으로 사 왔네. 잘 했다. 그런데 젓가락이 없다?"
"다시 편의점에 갔다 올게요."
율의 수고로, 우리는 2층 휴게실에서 삼김(삼각김밥에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역시 도서관에 먹는 삼김은 최고다.
오후 3시
하남시 일가 도서관에서 모교(남한고) 후배들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고등학교 1~2학년들인데, 약간 긴장된다. 괜히 아저씨 개그를 쳤다가, 분위기가 냉냉해질까봐. 오랜만에 로드 자전거를 꺼내서 뜨거운 햇살을 맞으면 도서관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돕는 한 분의 선생님이 먼저 와 계셨고, 3시쯤에 아이들이 다 도착했다. 벌써 25년 전,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5명의 아이들이 각자 인터뷰할 질문을 준비해서, 내게 던졌다. 나는 열심히 인터뷰에 응했다. 예전의 추억의 잠기기도 하고, 이 친구들의 푸르름이 부럽기도 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나를 인터뷰하는 사람이 어른이던, 학생이던, 기자던 상관없이 내게는 참 유익한 시간이다. 다시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더 인터뷰를 하고 싶다.
누가 좀 인터뷰 좀 해주세요?
The best interviews are not about answers, but about understanding people.
(가장 좋은 인터뷰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Brandon Stanton (Humans of New York)-
오후 5시
막내를 하원하면서 단지 놀이터에 들렀다. 사실 막내가 놀이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친구와 놀기보다는 친구의 엄마와 할머니가 싸온 간식을 얻어먹는 걸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지금 36개월 막내에게는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하니까. 맞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낮잠 이불에 '쉬'를 해버렸다.
'음. 그럴 수 있지. 36개월이니까. 아빠가 열심히 세탁기 돌리면 되지. 아이고 허리야.'
저녁 8시
다들 늦은 저녁이다. 냉장고에서 미나리와 두부를 꺼내서 쪘다. 미니라를 즐겨 하지 않는데, 미나리의 향긋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난 이미 막내와 저녁을 다 먹었기에, 따로 맛을 보지는 않았다. 아이들과 아내가 맛있게 다 먹어치웠다. 아. 매형(돌아가신 아버지의 동네 누나(나는 어릴 적부터 고모라고 불렀다)의 딸의 남편(나는 예전부터 매형이라고 불렀다))이 맛있는 복숭아를 보내주셨다. 지난겨울에는 맛있는 귤을 보내주셨는데, 이번 여름에는 복숭아를 보내셨다. 맛있다. 내가 누구를 막 잘 챙기는 편이 아니지만, 감사 인사는 막내의 동영상으로 대체했다.
'오늘은 뭘 먹지?'
고민하면, 누군가가 먹거리를 보내주신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20250808금
아침 9시
나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니까, 의무와 책임감과 함께 사랑으로 키우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도 '막 귀엽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다른 아기를 보면서, '가서 막, 아이고 예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육아휴직 후 막내를 보면서, 막내가 '참 귀엽다'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 친구의 말 한마디 한 마디와 행동들이, 생떼를 놓는 모습까지도. 거기에 율이형과 kt위즈 응원가를 열심히 부르는 모습까지 말이다. "kt 위즈 안현민, 날려버려!"
오늘은 땡볕이지만 장화를 신고 갔다.
'그래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니까, 네 마음대로 하거라.'
Every child begins the world again.
(모든 아이는 세상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Henry David Thoreau-
#김종하 #소방관아빠오늘도근무중 #육아휴직 #막내 #육아휴직일기 #15일차 #행복 #수상한중고상점 #가족과보내는시간이인생최고의투자다 #귀엽다 #모든아이는세상을다시시작하게만든다 #할일목록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