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8(목)-육아휴직 34일차(코로나 격리 4일 차)
20250828(목)-육아휴직 34일차(코로나 격리 4일 차)
코로나 격리 4일 차다.
아무도 없는 낮에는 몸이 좀 괜찮은데, 가족이 다 모이는 저녁이면 몸이 힘들어진다. 가족이 있어서, 더 아픈 티를 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어제는 막내를 하원 시켰다. 이틀 만에 바깥공기를 마시니, 꼭 다른 세상에 살다가 온 기분이다. 그 사이에 날씨가 조금 선선해졌다. 처서(일 년 중 늦여름 더위가 물러가는 때)가 지나서 그런지 더위가 한 풀 꺾인 것 같다. 내가 오랜만에 나가서 그런 듯싶다. 학교 갔다 온 아이들은 여전히 덥다고 한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보니, 8월 23일 처서에도 49명이 폭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한다. 아직 모기가 입이 삐둘어지려면 시간이 더 남은 듯.
어제 큰아들(중3학년)은 하교 후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다. 지닌달에 정부에서 배포한 6,000원 영화 할인권을 사용해서 1,000원에 영화를 본다고 한다.
"아빠, 영화 보러 가기 전에 미용실에 가려고요?"
"그래. 가."
"미용실에 갔다가, 공부 조금 한 후에 스타필드에서 영화 보려고요?"
"그래."
"노브랜드 햄버거가 조금 더 싸죠? 쿠폰이 있으면?"
"너 쿠폰 있어?"
"아니요."
"(잠시 망설인 후) 야. 쿠폰 샀으니까, 햄버거 먹어."
"감사합니다."
'누구랑 영화를 보러 가냐?'라고는 묻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랑 함께 가서 먹고, 영화를 보겠지. 중학교 3학년 큰아이를 보면, 20살 성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너무 간섭을 안 해서 그런가. 그렇다고 막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알아서 자기 할 것 하고, 공부하고, 핸드폰도 한다. 이것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본 모습이다. 더 깊이 아이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또 어떨지는 나도 모르겠다.
믿어야지.
오늘 아침, 큰아이는 혼자서 아침을 챙겨 먹는다. 늘 혼자 알아서 밥을 챙겨 먹는다. 삼시 세끼는 늘 알아서 챙겨 먹는다. 비록 반찬이 맛있는 게 없더라도. 나는 거실에서 막내를 챙기고 있었다.
"아빠, 어제 일본 공포 영화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너무 일본스러웠어요."
"그래."
"차라리 귀멸의 칼날을 볼 걸 그랬어요?"
"그렇구나."
어제 영화를 본 짧은 소감을 말한다. 우리가 대화를 하기는 하는구나. 모든 가족이 일터와 학교, 어린이집에 갔다. 막내를 등원시킨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스 라테가 먹고 싶다.
'참아야지. 육아휴직 중이잖아. 월급이 반이잖아.'
잠시 마음의 소리를 듣고, 꾹 참았다. 집에서 필립스 커피 머신에 커피를 내린 후 우유를 부어서 아이스 카페라테를 만들었다. 맛은 별로지만 커피값 5,000원을 아꼈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는데, 얼음 통이 비어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 율이는 선풍기를 끄지도 않고 갔다.
'좀 먹었으면 물 좀 부어놓지? 학교 가면 전기 차단도 좀 하지?'
식기세척기에 설거지를 넣으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손수 만든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빨래를 넌다. 이것으로 오늘의 집안일은 오후 4시 30분까지는 없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 관련 사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 중 3학년 큰아이는 도서관에 다니고, 중 1학년 율은 탁구와 색소폰을 배우고, 중 1학년 솔은 축구부다. 학교에서 성적은 큰아이는 잘하는 편이다. 부럽다. 중 1학년 율은 1학기 때는 힘들어했지만 외숙모에게 비대면으로 영어 수업을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중 1학년 솔은 축구부라, 집에 오면 피곤해한다. 막내는 그냥 어린이집과 놀이터 두 시간 놀기. 잘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잔소리는 늘 하지만)
'가끔 아이들이 학원 보내달라 할까 봐, 무섭다.'
필요하면 학원에 가야 한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굳이 사교육은 필요치 않은 것 같다. 대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해주려고 한다. 큰아이는 일본 여행을 갔고, 율은 KT위즈 야구 직관을 갔고, 솔은 지금 학교에서 축구부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당근'이나 ' 아름다운가게'를 통해서 구입한다. 큰아이는 밴드부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고 있어서, 악기를 검색해서 준다. 율은 KT위즈 야구 응원을 좋아해서, 티켓(다음 주 수요일에 수원 직관을 가는데, 응원석 티켓이 1분 만에 매진이다)을 확보한다. 솔은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 관련 정보나 물품을 확인한다. 물건이 좋지 않더라도, 최대한 필요한 것은 해주려고 한다. 너무 고가의 물건은 어렵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말이다. 아내도 비슷하다. 우리는 아이의 친구들 부모와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 막내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과 키즈카페에 두 번 간 적은 있지만. 코로나 격리 기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글을 쓰고 있다. 그냥 부모라서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믿어주는 것 밖에는 없다. 그 믿음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되는 듯. 그나마 우리는 저녁에 대화를 하니까.
코로나 격리 4일 차에 아이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지금 내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고맙고, 감사한 아이들에게,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줘야 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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