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육아휴직 일기

202509013(토)-육아휴직 50일차(37개월, 자전거와 사랑에)

by 치치

202509013(토)-육아휴직 50일차(37개월, 자전거와 사랑에 빠지다)


지난주에 놀이터에서 좋아하는 과자를 제쳐두고, 친구 자전거를 바로 빌려서 자전거를 타는 막내다. 친구가 안 빌려주면 삐져있다가, 다시 빌려주면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면서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앞으로 페달을 밟고 나가는 게 조금 엉성하고, 힘이 모자란다. 다리아 아플 법도 한데, 씩씩하게 놀이터를 한 바퀴 돈다.


"아빠, 저 자전거 잘 타 줘? 자전거 사줘야 해요."

"어. 그래 열심히 연습해."

"저 유니콘 자전거 사고 싶어요."


'도대체 유니콘 자전거는 무엇이며 아직 페달도 제대로 못 밟는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 줘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겼다. 뭐, 자전거는 당근을 통해서 저렴하게 구입하면 되지만 귀찮다. 당근 챗을 보내고, 상태는 괜찮은지? 가격은 할인이 되는지? 등을 물어봐야 하니까. 거기에 거리가 멀면 차로 이동까지.


막내와 함께 놀이터에서 다 놀고, 내 자전거를 1층 자전거 보관소에 넣었다.


"어, 어린이 자전거인데. 어. 우리 집 위층이네."


평소에 위층과 인사하는 사이가 아니지만 위층의 아이들이 어린이 자전거를 탈 나이가 아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당근이 귀찮은데, 윗집에 자전거를 물어볼까?'


다음 날. 나는 포스트잇에 짧은 메모를 남겨서 위층 현관문에 붙여 놓았다. 내용은 '꼬맹이가 있는데, 혹시 자전거를 안 타면 꼬맹이가 탈 수 있는지? 아니면 좋은 가격에 줄 수 있는?'였다. 아침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괜히 붙였나? 당근에 팔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괜히.' 이미 행동은 해 놓고, 걱정이다. 윗집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이던, 답장은 저녁쯤에 왔다. 잠깐 밖에 나간 사이에 현관에 포스트잇 두 장이 붙어 있었다.


저희 아이가 기꺼이 주어도 좋다고 하네요. 사용하셔도 괜찮아요. 아. 자전거는 두 대이고, 아이 친구가 원하는 것으로 타도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휴. 다행이다. 평소에 친분은 없었으나, 흔쾌히 허락해 줘서 고마웠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다음날, 마트에서 샤인 머스캣과 컨셉진 잡지 3권과 함께 감사의 엽서 1장을 위층에 올려놓았다. 사실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혹시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사람을 마주치면 어떡하지? 어색한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위층 엄마와 아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막내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옆에 있던 쌍둥이 율이 자꾸 위층 아이들인 쌍둥이라고 한다.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다음에 꼭 물어봐야지.


위층 형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빨간 자전거를 받은 막내는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 시간만 나면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지하 주차장으로, 맑은 날에는 단지를 달린다. 지금까지 자전거 연습 시간은 약 2시간도 안 되는데, 이제는 제법 자전거를 잘 탄다.





가을이라, 막내를 태워서 양평으로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나 없이도 자전거를 타는 아이가 되었다. 비록 보조 바퀴가 삐꺼덕 거리고 있지만. 네 발로 기어다니고, 두 발고 거를 때가 엊그제인데, 벌써 교통수단을 스스로 이용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이럴 때 다들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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