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육아휴직 일기

육아일기 73일(월)-20251006월(돈이 없다는 것)

by 치치

태어나서 가장 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두 달 전에 육아휴직을 갑자기 냈기에, 이번 연휴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만약 오늘 일을 하고 있다면, 교대근무로 추석인 오늘은 근무 날일 것이다.


보통 추석, 설 연휴 때, 양가 부모님과 아이들 용돈 등은 내가 받은 보너스로 챙겼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봉투에 마음과 돈을 담아서 드렸다. 이번 추석에는 못 했다. 지금 받은 육아수당은 내가 원래 받는 월급의 반타작에 기여금을 내고 있어서, 수당이 엄청 적어 졌다. 자꾸 파킹 통장에 모아 둔 돈을 조금씩 빼서 사용하고 있다. 파킹 통장은 천만 원을 유지가 목표인데, 그 아래로 내려간 지 한참 됐다.


축구 특기생 축구비, 악기 레슨비, 탁구비, 공과금, 관리비, 보험료, 주유비, 생활비 등을 내니, 통장이 마이너스다. 다행히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아. 적은 금액의 물건을 사더라도, 몇 번을 고민하다가 구입하지 않는다. 당근만 계속 검색한다.


'중년에 돈이 없다는 것은?'


육아휴직이니, 돈이 적게 들어온다. 회사 다닐 때 월급을 생각하니, 힘들다. 생활은 힘들고, 마음은 괴롭다. 돈이 없으니, 존재감도 희미해진다. 사람도 잘 안 만난다.


'도대체 돈이라는 게 무엇일까?'


회사를 그만둔 게 아닌데도, 돈이 부족하니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온다.


'이렇게 내가 무능력한 사람인가? 만약 내가 지금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한다면 나는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중년에 나를 채용하긴 할까?'


이번 추석에는 아내가 알아서 돈을 찾아서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을 줬다. (지금은 약간의 냉전 상태) 내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봉투를 전달했다. 어제 장인, 장모님께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묘하게 안 좋았다. '정말 무능력함을 확 밀려왔다.'


늘 '돈은 많던 적던 수준에 맞게 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달 전 회사 월급의 반타작 난 수당을 받으니, 스스로 무너진다. 그래서 월급의 맛에 빠진 연차가 높은 나 같은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운 것 같다. 끝을 본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불안해하는가? 3개월 차가 접어든 지금 나는 무엇인가를 이뤄놓은 것도 없어서. 막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잖아.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돈은 모자란다. 어른들이 '나이 들어서, 돈이 없으면 무시당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돈.


육아휴직은 참 좋은 제도다. 입사 초반엔 월급이 적을 때는 큰 타격이 없겠지만 나처럼 20년 차에게는 몸과 마음에 타격이 크구나.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 2013년 육아휴직 1년을 했을 때는, 지금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았다. 그래도 좋았던 것 같은데. 앞으로 육아휴직을 하면, 자기 월급만큼 (수당 제외하고 기본급)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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