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육아휴직 일기

20251003(목)-육아휴직 70일차(응가와 할머니)

by 치치

20251003(목)-육아휴직 70일차(응가와 할머니)


(육아일기 90일-20251023목(그동안 일기 정리))


추석을 기점으로 2주간 육아일기를 작성하지 못했다.

왜?

정말 바쁘고, 시간이 없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하면서 거의 10일을 막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침을 눈을 떠서, 저녁에 잠을 잘 때까지. 다들 비슷하겠지만 아이를 재워놓고 뭘 하기가 어렵다.


왜? 내가 먼저 잠이 드니까.


12년 전의 겪었던 일을 지금도 하고 있으니. 또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눈만 깜박인 것 같은데, 다음 날 아침이다. 앞으로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겠지.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야속할 따름이다.


육아일기를 포함해서 글을 못 쓰니, 화장실에 갔다가 나올 때 뒤처리를 못 해서 상쾌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내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음. 생각해 보면 치열하게 직장 다니면서는 글을 더 많이 썼다. 휴직하고, 조금 여유가 생겼다. 글은 전보다 더 못 쓰고, 시간은 더 모자라다. 이것이 인생인 듯싶다. 글은 치열하게 생존하고 있을 때, 더 쓸 수 있는 것 같다. (육아휴직하면서 나름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10월 3일 수요일 개천절


할머니(나의 어머니)와 쌍둥이, 막내와 함께 할머니의 자매들을 만나러 갔다. 이모할머니들은 천안과 아산에 거주 중이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했는데, 오산 부근에서 차가 밀린다. 내비게이션은 경부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고속도로를 알려주었는데, 나는 그냥 익숙한 경부를 탔다. 그러나 그러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빠, 저 응가 마려워요?"

"뭐라고?"

"응가 마려워요?"

"알겠어. 조금만 참어."


막내가 '응가'를 말하자마자, 마법처럼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다음 휴게소까지는 30분이나 남았다.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빨간색으로, 색이 변할 기미가 보지 않는다. 잠시 후


"아빠, 응가가 나올 것 같아요."

"조금 더 참아 봐"


갓길에 세워서 응가를 해야 하나. 고민이다. 휴게소 전에 졸음 쉼터가 보인다. 이미 많은 차들로 꽉 차 있다. 화장실이 두 칸 밖에 없으니, 지나쳤다. 마음이 급하다.


'자꾸 갓길에 차를 될까? 말까?'


다시 막내가 말한다.


"아빠, 진짜 응가가 나올 것 같아요."

"착한 사람은 응가를 참을 수 있어요."


할머니가 막내에게 힘을 내라고 돕는다. 다행히 20분쯤 다 되어서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100km의 속도로 짧은 구간을 달리기 시작했다. '응가가 마렵다'라고 말 한지 약 25분이 지나서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미 휴게소도 시골에 내려가는 차들로 가득 차 있다. 엄마(할머니)와 막내를 화장실 앞에 내려주고, 주차할 곳을 찾았다. 다행히 앞 줄에 공간이 있어서, 바로 주차를 했다. 막내와 할머니를 찾으러 여자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1층 여자 화장실은 수리여서 2층을 이용하라고 한다. 화장실 앞에 줄 서 있는 여자분들의 꽤 많다.


'줄 서고 있다가 응가 나왔겠는데.'


나도 급해서 남자 화장실에 갔다.


'뭐지. 왜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서 나오지?'


자세히 보니, 할머니와 막내였다. 할머니는 여자 화장실 줄이 길어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남자 화장실에 온 것이다. 역시 할머니는 위대하다. 나 같았으면 아마도 아마도...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막내가 응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음. 하늘이 처음 열린 날인 개천절인데, 막내의 똥꼬가 열리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육아는 예상치 못 한 일의 연속이다.

이 자리를 빌려 나의 어머니이자 아이들의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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