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9(화)-육아휴직 137일차(자격지심)
중학교 1학년 쌍둥이의 첫 지필 고사 날이다.
솔은 축구 특기생이고, 율은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하는 중이다.
학교가 달라서 시험기간도 다르다. 솔은 이틀이고, 율은 삼일이다. 예전과 다르게 1교시는 자습시간이다. 시험이 끝나면 점심도 먹고 온다. 점심을 챙겨주니, 내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어제는 똑같이 영어 시험을 봤다. 율은 일주일 한 번 외숙모와 함께 비대면으로 영어 과외 중이다.
"아빠, 영어는 100점 맞을게요!"
자신감 충만하게 등교했지만 결과는 65점이다. 자기도 충격을 먹었는지, 집에서 아무 말도 못 한다. 눈물도 쪼금 보인다. 서술형 문제를 살펴보니, 영어 문법을 완벽하게 이해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늘 영어 과외 후에 자신감 충만한 모습이었는데. 노력 대비 결과가 조금은 아쉽다. 본인이 가장 아쉽겠지만.
축구하는 솔에게 전화가 왔다.
"국어는 87점이에요. 영어는..................##점"
"뭐? 아니다. 집에 와서 이야기하자."
너무 충격적인 점수다. 영어가 제일 어렵다고 했지만 한 번호로 찍어도 솔이 점수보다는 더 높게 나올 점수다. 축구하는 친구는 5번으로만 찍었는데, 솔이보다 점수가 높단다. 너무 충격적이다. 솔이랑 학기 초에 약속했었다.
"기말고사 성적에 따라 축구를 계속할지는 정할게?"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일 시험이 있으니, 아무 말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렸다.
"조만간 감독님 만나서 축구를 계속할지 여부를 상의해야겠다."
이 말을 모든 시험이 끝나고, 했어야 했는데. 본인이 제일 속상하겠지만 나도 속상했다. 100점을 원했던 것은 아니기에. 조금만 더 공부했으면 처참한 점수는 맞지 않았을 텐데. 이 점수를 맞았다고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알고 있다. 그런데 노력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그게 아쉽다. 영어가 어렵지만 공부하면 된다. 다들 아빠 머리 엄마 머리를 닮아서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인데.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한 마디 한다.
"솔한테 말한 것은 거의 협박이었어. 아이들한테 기대하는 게 있구나. 나는 뭐 그렇게 기대하지 않아서."
기대를 안 할 수 있구나. 그렇다고 내가 올백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데. 조금 더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구나. 그래도 기본은 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중요한 문장에 '별표에, 동그라미' 치라고 할 텐데.
오늘 아침 막내를 등원시키고, 자격지심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자격지심: 스스로 자 / 격할 격 / 갈 지 / 마음 심 - 스스로를 북받쳐 오르게 하는 마음'[1]이라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리키는 한자어
왜 이 사자성어가 생각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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